글을 쓴다는 것은 나의 생각을 정리하는 행위이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글쓴이의 주관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일필휘지로 한 번에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는 사람도 있고, 어떻게 해야지 효과적일지를 고민하면 끝없는 퇴고 과정을 거치는 사람도 있다. 나는 타의에 의하여 글을 써왔다. 박사과정으로 연구에 대한 글을 쓸 때, 지도 교수를 설득하지 못하면 그 글은 세상의 빛을 볼 수 없다. 그를 만족시키기 위하여 끝없는 퇴고를 해왔다. 사실상 내 글의 대상은 지도 교수 한 명이었다. 내가 만족하지 못해도 그가 만족하면 좋은 글이었다. 그간 나의 글은 내 생각을 적으며 글을 적기 시작했지만 결국엔 그의 생각을 대신 적어주는 형태였다. 그것이 내가 글을 쓰기 어려워지고 거리를 두게 된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글쓴이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지 않는 글, 좋은 글은 아니었다.
나는 처음부터 글을 쓰기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어릴 적 일기를 쓰면서, 그리고 싸이월드에 글을 올리면서,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에 고민도 많이 했었다. 그때는 내가 세상의 중심이었고, 내 글도 그러했다. 독자는 나 였다. 내사 혼자 만족할 수 있으면 즐거웠던 것 같다. 독자가 없는 글, 그 역시 좋은 글은 아니었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해보겠다고 무언가를 적고 있는 지금도 과연 좋은 글을 쓸 수 있을지 자신은 없다. 다만 원하는 바로는 글을 끊임없이 적을 것, 그리고 나의 생각을 담아서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으면 한다. 나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고 있는 공학박사다. 과학과 공학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연구원으로 이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적어볼까 한다.
가볍게 내가 경험하고 느꼈던 이야기들을 적어보고자 하는 마음에 제목을 별생각 없이 '시작'이라 했지만, 글을 적다 보니 독자가 생길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에 부담이 느껴진다. 역시 '시작'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