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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래이 Oct 23. 2021

악몽이 예고한 미래의 사건

악몽이 전하려고 한 미래의 사건


2001년. 

스콧 셔져는 몇 달째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꿈속에서 그는 나쁜 사람들에게 쫓기고 있었고, 언제나 똑같은 말로 애원을 했다. 가족들과 함께 있고 싶다고, 정말로 자신의 가족들을 사랑한다고. 

그녀의 누나 브로디는 동생의 악몽이 직업과 관련한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여겼다.

금융계 회사 인사과에 재직 중이었던 스콧은 9월 중에 50명의 사람들을 해고해야 할 일을 앞두고 있었다.

브로디는 그런 일이 28살, 아직은 어린 동생이 감당하기에 벅찬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다. 


2001년. 9.10일

50명의 사람들을 해고한 날에도 동생의 악몽은 계속되었다. 

이번에는 해고된 사람들이 그의 뒤를 쫓아왔다.


9.11일 아침.

스콧은 회사에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누나 브로디는 남동생이 회사에 가도록 도와주었다. 어린 남동생이 그곳에 일자리를 잡도록, 그곳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던 브로디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어 주었다. 


노스 타워에서 일하는 남동생. 브로디의 근무지는 남동생의 근무지로 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빌딩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책상에 앉으려던 찰나, 엄청난 소리와 함께 충격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 누군가 비행기가 노스 타워에 충돌했지만, 다친 사람은 없다는 뉴스를 전했다. 브로디는 바로 노스 타워에서 일하는 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이후 스콧의 시신 일부는 브로디와의 DNA 대조를 통해 잔해 속에서 찾아내게 된다....

브로디는 9.11 테러 이후 동생의 죽음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없게 된다. 삶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그녀는 다시 세상 안으로 돌아오기까지 7년이 넘는 시간 동안 최면 테라피와 상담 등을 받아야만 했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작가 월리엄 깁슨은 이렇게 말했다. 

정말 미래는 우리 곁에 와 있는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그 미래를 눈치챌 시즘엔 이미 그 미래는 과거가 되어버리곤 한다. 때때로 시간이 흐리고서야 그 당시 느꼈던 '무언가'가 미래였음을, 아직은 '널리 퍼져 있지 않은' 시간이었음을 깨닫고는 한다.


20대 초반 어느 날.


꿈속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어쩐지 아버지의 가슴은 마치 붉은 물감이 엎질러진 듯,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버지의 가슴께에서부터 몸 아래로 피가 번져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잠을 깼다. 며칠이 지났지만 너무 생생한 꿈 때문에 기분이 이상했다. 


당시 나는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른 지방에 살고 계신 부모님과는 한달에 한두 번, 드문 드문 연락을했다. 꿈을 꾸고 일주일이 지나 걸려온 엄마의 전화 한통. 내용은 이랬다.


집에 계셨던 아버지는 갑자기 가슴께가 답답하고 말할 수 없는 통증을 느꼈다. 점점 호흡이 가빠지고 놀란 어머니는 앰뷸런스를 불렀다. 그렇게 아버지는 앰뷸런스를 타고 급히 병원으로 실려 가셨다. 빠르게 병원에 도착해 진단을 받아보니 협심증이었다. 관상동맥이 막혀 좁아진 혈관을 뚫는 스텐트 시술을 급하게 해야 했다.


전화기 저편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그제서야 번뜩, 아버지의 심장이 붉게 물든 꿈이 다시금 눈앞에 펼쳐졌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앰뷸런스에 실려가고, 병원에서 시술까지 다 마치고서야, 타지에서 생활 중인 딸에게 전화를 걸 여유가 생긴 것이다. 내게 전화를 한 시점에 아버지는 수술이 성공적으로 다 끝나서 병실에서 회복 중이셨다. 


전화기 저편으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머릿속에서는 일주일 전 꾼 꿈의 이미지로 나는 멍한 상태가 되고 말았다. 


'그때 그 꿈을 아버지께, 어머니께 말했다면?' 

'조금 더 일찍 병원에 갈 수 있었을까?'

'왜 그때 말을 하지 않았을까'


이미 모든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다행히도 수술은 성공적이었고, 이제 남은 것은 심장 건강을 위해 아버지가 조심해야할 생활 습관 교정과 약 복용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나는 죄책감 같은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그때 그 생생하고 찜찜한 꿈을 말했다면 좀 더 일찍 발견하지 않았을까. 더 큰 고통을 받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지나가버린 일을 두고 어쩌지 못한 자신에 대한 원망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왜냐면,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예지몽이 무엇인지, 내가 꾸는 꿈이 예지몽이라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내 꿈과 현실을 조금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 둘 사이를 잇고 엮는 투명한 실타래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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