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의 태평성대?
로버트 몽고메리는 광고판에 시 작업을 하면서 왜 이미지나 사진 대신 텍스트를 사용할까. 한 인터뷰에서 그는 텍스트를 선호하는 이유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말에는 어떤 느림이 있어요. 우리는 가속화된 이미지 홍수 속에 살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말은 침묵 또는 정지의 순간이 될 수 있어요."
그의 빌보드 광고판은 주로 도시의 붐비는 길거리나 버스 정류장 등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곳에 설치되었다. 그런 곳에 시를 설치하면서 그의 목적은 '더 많이' 읽히거나 '더 쉽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사람들의 걸음을 멈춰세우고, 더 느린 '말'을 택해 시를 공공장소 곳곳에 설치했다. 그는 예술이 박물관에서 나와 대중들이 볼 수 있도록 광장, 공공장소에 놓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통의 사람들이 일상의 순간에 문득, 자신의 시를 보게 되는 그 순간에 큰 관심이 있다고 한 그의 말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당신이 사랑한 사람들은 당신 속에서 유령이 되고 그렇게 그들을 당신 안에 살아 있게 한다"
이 시는 친한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고, 상실감에서 쓰게 된 시이다. 친구를 잃고 난 후, 어느 날 꿈속에 나타난 그 죽은 친구. 죽은 친구가 그의 꿈에 나오고 잠을 깼을 때, 그는 어떤 변화를 느꼈다. 기분이 꿈을 꾸기 전보다 더 나아졌음을 느꼈다. 그때 그는 '유령(ghost)'은 어쩌면 긍정적인 존재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The People You Love>는 트위터와 인스타 등 sns에서 그의 팬들이 문구를 몸에 문신으로 새기고 사진을 올리면서 여러 커뮤니티로 인기가 퍼졌다. 몽환적이면서 차분한 분위기의 그의 시 문구들은 사람들 몸의 문신 뿐 아니라 옷, 벽 등 다양한 곳으로 퍼져 나갔다.
박제된 예술보다 어떤 식으로든 타인과 소통을 원하는 몽고메리에게 이런 팬들의 반응은 상상할 수 없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 역시 자신의 시 문구를 몸에 문신으로 새긴 팬들의 인증샷을 보며 "최고의 칭찬"이라고 기뻐했다.
게릴라 빌보드 광고판 점유로 그의 빌보드 작업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패션계에서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의 빌보드 작업은 주로 붐비는 도시 거리와 루브르 정원, 철로 등 다양한 야외 장소에 설치 되었다. 그 때문에 그의 작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활동적인 활동가로 비쳐졌다.
그런 그가 디오르 남성복 매니저의 제안으로 뉴욕 소호의 새로운 디오르 팝업 스토어 벽면에 그의 "빛의 시" 중 한 작품을 걸었을 때, 그를 향한 비판은 피해갈 수 없었다.
WHENEVER YOU SEE THE SUN REFLECTED IN THE WINDOW OF A BUILDING IT IS AN ANGEL,
빌딩 창문에 비친 해를 볼때마다 그것은 천사이다
그의 입장은 그의 작업이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가닿는 것이다. 길거리에 설치된 그의 시와 가게 안에 설치 된 것 사이의 어떤 명확한 차이점에 대해서 그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제니 홀저 미국 현대미술가에게서 빌보드 작업의 영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그녀처럼 광고판을 임대해서 메세지를 남기는 작업은 그로서는 할 수 없지만 그의 작업들을 더 많이 팔아서 더 많은 광고판을 빌릴 수 있길 희망한다. 돈을 좀 더 모은 후 작은 나무집을 사고 그 이후에는 각기 다른 도시에 위치한 빌보드 광고판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또한 그 광고판을 통해 이제껏 그가 해온 작업들을 지속할 수 있기를 말이다.
"인터넷은 시를 위한 훌륭한 매체"라고 그는 말한다. 그는 거리와 인터넷이 가장 강렬한 무대라고 말한다.
인스타그램, 트윗 등 그는 메세지의 다양한 전파 방법에 대해서도 열린 자세를 취한다. 인터넷을 통한 개인들의 셀프출판을 반긴다. 이런 예술가와 대중, 다른 식으로는 한 개인대개인의 소통 방식이 시인에게 청중을 얻을 기회를 주고, 그들의 작품을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고 그는 생각한다.
시를 거리에 설치하고 타인과의 의도치 않은 교류를 목표로 하는 그에게 거리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은 어떤 가상의 도시가 아닐까. 현실 세계에서처럼 무언가를 기다리는 사람, 떠나는 사람, 찾는 사람, 쓰는 사람, 읽는 사람, 관망하는 사람... 끊임없는 인간의 욕망과 감정이 교류하는 육체성이 없는 도시. 말과 이미지, 소리의 도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그런 육체성이 없는 도시에서도 언어로 표현된 시야말로 바쁜 사람들의 마음을 멈춰세우는 어떤 신호등 같은 존재가 아닐까.
사진출처: 로버트 몽고메리 사이트: https://www.robertmontgomer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