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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 선 Dec 22. 2021

카카오톡은 왜 멀티 프로필을 만들었을까

 Multi-self와 Self-Presentation

이미지 출처: Unsplash


SNS 이용자라면 누구나 특정인에게 내 SNS 사진과 글을 보여기 싫은 적 있다. 모르는 사람에게 프로필 사진이 노출되거나, 친하지 않은 지인이 페이스북 친구를 신청하거나,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높이고 싶지만 포스트 공개는 불편한 상황을 종종 마주쳤다.

이에 각 SNS는 다양한 기능을 도입했다. 카카오톡은 멀티 프로필을 도입해 특정 사람을 지정하여 다른 프로필을 보여줄 수 있도록 했다. 인스타그램은 ‘친한 친구’ 설정으로 팔로워 중에서도 특정인에게만 게시글과 라이브를 보여주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런 트렌드를 ‘멀티 페르소나’라고 부른다.




특정인에게 내 사진과 글을 보이기 싫은 이유 중 하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따라 보여주고 싶은 '나'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 심리학 개념 중 다중 자아(multi self)와 자기 제시(self presentation)로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

다중 자아(multi self)란, 개인의 자아가 다양한 자아로 이루어져 있다는 이론이다. 사람은 다양한 자아를 가진 복잡한 존재이고, 각각의 자아는 인간관계, 사회적 역할과 관련 있다. 예를 들어, 최근에 개봉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주인공은 고등학교 학생인 피터 파커의 자아, 히어로 스파이더맨의 자아, 큰 엄마의 조카 등의 자아를 가지고 있다.


우리에게 이 개념을 적용시켜보자면, 직장 상사와의 대화와 친구와의 대화를 비교하면 된다. '직장에서의 나'는 공식적인 말투, 정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면 '친구와 있을 때의 나'는 더 편안한 표정과 행동을 보인다. 우리는 이렇게 상황과 대상에 따라 나의 수많은 모습 중 '지금 가장 적합한 나'를 선택하여 보여준다.

본인의 이미지를 조절하는 하는 이러한 행위가 자기 제시(self-presentation)다. 사람은 타인이 본인의 자아 개념을 인정해주기 바라고,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타인이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기에 자기 제시를 한다. 가령 우정, 사랑, 승진, 취업 같은 것들이다(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2020). 대상에 따라 얻고 싶은 것과 인정받고 싶은 나의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나'를 새로운 이미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자기 제시는 온라인 소통이 활성화되면서 까다로워지기 시작했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 정확히는 카카오톡과 다른 SNS가 활성화되기 전까지는 의사소통의 대부분이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졌고, 한 공간에서 극적으로 다른 자아를 표출할 일은 많지 않았다. 회사-사원, 집-첫째 딸처럼 한 공간에 한 개의 자아만 표출하는 상황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온라인 채널을 소통이 일상화되면서 다양한 나를 한 개의 프로필로 표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에 이용자들이 상황에 따라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 사용하는 등 새로운 이용 패턴을 보였지만, 이런 사용 방식이 적합하지 않은 서비스들이 있었다. 이 서비스들은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여 온라인 공간에서 '다양한 나'를 분리할 수 있도록 도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카카오톡이다. 오늘날 카카오톡은 하나의 필수 소통방식이고,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는 개인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그런데 카카오톡이 직장 내 메신저, 각종 문의사항 창구, 소식지 때문에 친구 목록 관리가 힘들어지면서 한 개의 프로필로 '가장 적합한 나'를 표현하기 어려워졌다. 하나의 계정, 하나의 프로필로 다양한 자아를 표현해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다.


이에 카카오톡은 '멀티 프로필' 기능을 제안했다. 이전에 많이 이야기되었던 '프로필 숨기기' 기능을 넘어, 보다 적극적인 해결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분명 타인에게 '내 프로필을 보여주고 싶지 않다'는 표면적 니즈를 넘어, 그 이유와 배경, 심리를 다방면으로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멀티 페르소나는 하나의 당연한 UX 개념이 되었다. 온라인에서 자기 제시 방식은 메타 버스 발전 방향에 따라 더 다양한 형태로 등장할 것이다. 만약 당신이 UX 디자이너라면 가상의 공간에서 멀티 페르소나를 어떻게 제공할 것이고 어떤 경험을 설계할 것인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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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스티븐 뉴버그, 『사회 심리학』, 웅진 지식하우스(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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