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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나는 주머니 Oct 19. 2023

출근길 아무 말 대잔치 9.

믿거나 말거나.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설화들이 있다. 똥차를 보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거나, 떨어지는 나뭇잎을 잡으면 행운이 찾아온다거나 하는 미신들 말이다. 내가 나고 자란 동네에서 소원은, 하루에 연보라색 자동차 세 대를 보면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했고, 터널을 통과할 때 터널 끝까지 숨을 참아도 이룰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런 설화들에는 믿지 않을 수 없는 속절없는 마음이 묻어있어서 나는 아직도 터널을 통과할 때면 숨을 꾹 참고, 단풍잎이 떨어지는 계절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오늘 아침에는 오랜만에 똥차라고 불리우는 분뇨차를 봤다. 오늘의 나에게는 소원을 빌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 셈이다.

케이쥰 치킨에 떡볶이 국물을 찍어 먹는 사람이 있다. 그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걱정의 대부분은 그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의 품 안에 있는 이들을 위한 것이다. 무거운 것이 있으면 들다 다칠까 걱정, 얇고 가벼운 것이 있으면 베일까 걱정, 강이 있으면 빠질까 걱정, 넓은 들판이 있으면 뛰다 넘어질까 걱정. 지금 생각해 보면 그에게 많았던 것은 걱정이 아니라 두려움과 외로움이었던 것 같다.

오늘 아침에 나는 오랜만에 똥차를 봤다. 그러니 나에게는 소원을 빌 자격이 충분하다.

부디, 그와 그의 품 안의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빈다. 아니, 막연함 너머에 있는 행복은 그를 더욱 두렵게 할 것 같다. 그저 자주자주 기쁘고 매일 많이 웃게 해달라고 소원을 빈다. 그곳이 어디든 말이다.

내 모든 나뭇잎과 터널 안의 숨을 그에게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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