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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꿀곰 Dec 21. 2020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지만

문준용씨의 1400만원 '코로나 피해 지원금' 뉴스를 보고 

정치인에게 자식은 '함정 카드'다. '자식 관리' 잘못해서 정치 생명에 큰 타격을 입은 정치인은 너무나 많다. 당시 아들 병역 논란이 없었다면 15대 대통령은 김대중이 아니라 이회창이었을지도 모른다. 유력 정치인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모두 '자식 검증'을 거친다. 노무현과 박원순도 내내 자식 문제로 꼬투리 잡으려는 사람들이 따라다녔다. 이는 정치인 자녀가 특혜를 받는 것은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다는 강력한 학습 효과에 의한 것이리라. 김영삼, 김대중, 이명박에 이르기까지 예외없이 자녀 문제로 시끄러웠다.


그 박근혜를 무너트린 것도 따지고 보면 자식 문제가 아니던가.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은 최순실 딸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비리에서 비롯되었다. 박근혜의 친자녀는 아닐지라도, 정권의 실세였던 최순실의 딸을 챙기려다가 정권이 무너진 꼴이다. 


그 반사이익으로 탄생한 것이 문재인 정부다. 더불어민주당과 문재인이 잘해서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라, 불공정과 불평등에 실망한 사람들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으로부터 등을 돌리면서 어부지리를 얻어 탄생한 정권이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민주당 정권교체와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은 다름 아닌 정유라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최순실에게 딸이 없었다면 지금의 문재인 정부는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로부터 누구보다 깊은 교훈을 얻고 '자식 문제'를 경계해야 할 정권에서 계속해서 구설수가 터져나온다는 것은 정말 실망스러운 일이다. 물론 자연인이자 대한민국 시민인 문준용씨는 본인이 가질 수 있는 권리와 기회를 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포기하거나 양보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절차에 따라 합당하게 받은 지원금이라면 문준용씨가 억울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시민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당장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그 많은 사람들이 전시회 실비에 사용되었다고 해서 1400만원이란 금액을 납득할까? 하다 못해 공연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문준용씨를 이해할까? "문준용씨도 예술인으로서 140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지"라고 공감할 사람과 '내가 받지 못하는 지원금을 대통령 아들은 받는구나'라고 생각할 사람 중 누가 더 많을까?


왜 알만한 사람들이 그럴까. 이미 어떻게든 문준용씨를 꼬투리를 잡으려는 사람들에게 시달려본 경험이 있는데. 조국, 추미애라는 아주 가까운 예가 있는데. 왜 문준용씨 본인과 청와대와 문 대통령은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될 구설수를 자초할까. 이 일 때문에 당장 "대통령 아들의 전시회 때문에 거리두기 3단계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음모론조차 문준용씨가 서울문화재단으로부터 14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과 결합하자 기정사실로 둔갑하고 있지 않은가. 


서울문화재단은 대통령의 아들이 피해 지원금을 신청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면 이를 청와대 비서실에 알렸어야 했다. 청와대는 어떠한 방법으로든 이같은 동향을 미리 파악하고 지원금이 대통령의 자녀에게 가는 것을 막았어야 했다. 1400만원의 지원금이, 이 모든 구설수와 비난으로 정권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받아야 할 만큼 절실한 돈이었나? 준다고 해도 사양해야 할 돈이 아니라?


문준용씨가 14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온 오늘, 코로나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항공사 승무원과 그 딸을 발견하고 뒤따라서 생을 마감했다는 모녀의 자살 뉴스 또한 있었다. 그런 현실 앞에서, 대통령의 아들이 1400만원의 코로나 피해 지원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선선히 받아들일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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