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바이올린을 사고 싶다면

전공을 시작하는 학생의 악기 구매 가이드 1

바이올린을 한다고 하면, 첫 번째 질문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선생님 바이올린은 얼마나 하나요?"  



사실을 말하자면, 저도 모릅니다. 물론, 악기를 구입한 가격은 가물가물 기억이 납니다. 지금 제 악기는, 제가 전공을 하고서 산 세 번째 악기이며 제가 제 돈을 보태서 산 첫 번째 악기이기도 합니다. 이제는 언제 샀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가물가물하지만, 아직도 처음 이 악기를 만난 날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줄을 사러 우연히 들른 악기점에서 사장님이 좋은 악기가 들어와 세팅을 끝냈는데 소리 한번 내 달라시며 건네주신 악기를 줄을 맞추어 드렸습니다. 딱 15초 동안 시연해 보고 돌아 나왔는데, 며칠간 그 악기 소리가 귀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며칠을 고민 끝에 용기를 내서 하루만 시연해 보겠다고 집에 악기를 가지고 온날,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습니다. 악기값이 무척 있었지만, 영끌해서 악기를 장만하고는 매일매일이 행복했지요. 그리고는 악기를 팔게 아니기에 한 번도 악기 가격이 얼마인지 알아본 적이 없기에 진짜 모릅니다. 몇 번, 외국의 딜러들에게서 높은 가격에 팔라는 제안을 받으며 제안가에 놀라기는 했었지만, 지금 제 악기가 얼마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팔지 않을 것에 값을 매길 수는 없으니까요. 꿈같은 이야기지요? 하지만, 모든 바이올린 전공자들이 이렇게 동화 같고 아름다운 악기 구입기를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나의 바이올린


바이올린을 구입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정보가 없다는 것입니다. 네이버나 구글로 아무리 검색을 해 보아도 스트라디바리우스가 경매 최고가를 경신해 몇백억에 팔렸다, 악기는 들었다 하면 억대다 하는 뉴스만 나올 뿐, 중학교 입시에는 얼마 정도의 악기를 사 주어야 하고, 대학을 가고 전공을 하려면 어느 정도 투자를 해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예술의 전당 앞에 가면 악기점들이 몇백 개가 있다는데, 어디를 들어가야 할지,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든 게 의문 투성이입니다. 게다가, 드라마에서까지 음대를 묘사할 때면, 악기를 사라고 압박하는 교수와 할 수없이 시세보다 비싼 가격에, 혹은 진품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악기를 구입해야 하는 학생들의 에피소드가 늘 등장을 하니, 자녀가 전공을 하기 전까지는 일반인으로 무심코 지나쳤던 이런 뉴스들이 새삼 떠오르며 모든 것이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럼, 어쩌냐고요? 아주 주관적인 가이드라인이기는 하지만, 제 나름대로 새내기 바이올린 전공자들을 위한 악기 구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1. 악기 가격의 상한선을 정한다
악기를 고르다 보면, 조금 더, 조금 더 하며 예산을 초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악기 전공을 시작하며 구입하는 악기는, 학생도 학부형도 악기에 대해 잘 모르고 구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일단 절대 상한선을 만들어 놓으시고 되도록 예산 안에서 구입하도록 노력해 보세요.


 2. 믿을만한 악기점에서 구입한다
첫 악기는 살 때보다 팔 때를 생각하고 사는것이 무척 중요합니다. 처음 사는 악기는 시간이 지나면 바꾸어야 할 시점이 옵니다. 마음에 드는 악기를 만났을 때, 처음 산 악기를 처분하지 못해 속이 상해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보통, 악기점들은 자신이 판 악기의 재구매를 보장합니다. 일정의 수수료를 떼어가지만, 이것은 악기 렌탈료라고 생각하시면 마음이 편합니다. 자동차를 사면서 내가 2년 후 차를 바꾸고 싶은데 그때 같은 값을 받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유독 바이올린만큼은 악기점에서 수수료를 떼간다고 억울해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첫 악기는, 중고차를 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운전을 배우기 위해 중고차를 샀다가 같은 가격에 팔 수 있을까요? 전공을 시작하며 사는 첫 악기는 악기를 배우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셔야지 가치 상승이나 원금 보장은 생각하시지 않는 것이 마음 편합니다. 악기점은 처음 악기를 살 때에 추후 악기를 인수할 수 있는지, 인수 시 보장해 줄 수 있는 금액이 얼마인지 자세히 쓰여 있습니다. 이런 조항을 자세히 읽어 보시고 "곡" 추후 인수를 보장해 주는 악기점을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3. 바이올린 가격과 소리는 비례하지 않는다
바이올린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습니다. 제작자의 인지도, 제작품의 연도, 희소성, 악기 상태, 하다못해 환율과 주식시장도 악기 가격을 정하는 요소들 중의 하나입니다. 여기서 바이올린의 소리는 악기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한 번도 연주되지 않았어도, 유명한 제작자가 만들어 왕가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소장했었던 악기는 소리와 상관없이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가격이 형성돼지만, 소리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악기 가격이 비싸면 좋은 소리를 내서 콩쿠르나 입시에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은 아주 위험한 생각입니다.  
4. 서두르지 않는다
바이올린의 렌탈렌탈 시장은 활성화 돼 있는 편입니다. 은행 이자율을 생각하면 형편없이 높은 렌탈료이기는 하지만(보통 1달에 악기 가격의 2-3% 정도임), 마음에 들지 않는 악기를 구입했다가 나중에 보는 손해를 생각하면 느긋하게 렌털악기로 충분히 마음에 드는 악기를 고를 때까지 기다리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악기점에 따라, 장기 렌털의 경우 렌탈료를 깎아주는 경우도 있고, 추후 악기 구입을 같은 악기점에서 할 경우 구입가에서 제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악기점마다 발품을 파셔서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5. 바이올린 선생님은 악기 전문가가 아닙니다. 
바이올린 선생님들은 "바이올린 연주"를 공부하신 분들입니다. 선생님들의 악기 선택의 기준은 학생이 더 좋은 소리를 내는 악기이지, 악기의 진위 여부나 가치 상승이 아닙니다. 간혹 "대학교수 악기 비리"라는 뉴스 타이틀을 걸고 악기를 속여서 판 파렴치한 교수들에 대한 뉴스가 나오는데, 일부는 진실도 있겠지만,  대부분, 소리만 듣고 악기점 말을 믿고 소개한 경우입니다. 중국에 가면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도 가품을 파는 경우가 있다는데, 이 경우, 가품인지 모르고 판매한 점원의 잘못은 아니지 않습니까? 몇백만 원짜리 가방도 깜쪽같이 가품을 만드는데, 바이올린의 가품은 이 분야에서 몇십 년을 일하신 전문가들이 아니고서는 알아보기 힘듭니다. 선생님께서 소리가 좋다고 말씀하신 악기는 보증서와 진위여부를 꼼꼼히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선생님들을 의심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선생님들의 전공이 악기구입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본인의 티스토리(https://violin-drkim.tistory.com/)에서 퍼온 글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