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추상 May 31. 2021

사회생활 3년차 징크스

내인생 4번째 성장통극복을 위해 브런치에 1년 만에 남기는 글.

‘벌써 8월 중순이다. 정신차리면 가을이 오고, 눈 깜짝할 사이에 겨울도 올거다. 그렇게 모든 계절이 지나고나면 나는 벌써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만 2년, 연차로는 3년차가 된다. 하지만 아직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평생 이 질문의 답을 찾지 못한 채 살아갈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오늘도 생각할 뿐이다.’

작년 8월, 내가 마지막으로 썼던 글 '내가 이러려고 대학을 갔나'의 마지막 문구다. 그리고 정말 이 문구처럼 정신을 차리니 가을이었고, 눈 깜짝하니 패딩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20이었던 숫자가 21로 바뀌고, 여름을 코앞에 두고서야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이제와서 말하는 거지만, 나는 처음에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번째 글을 올리기 전에 '내 꿈은 직장인이다'라는 제목으로 12개의 부제까지 이미 정해두었다. 심지어 부제별로 어느정도 글을 조금씩 끄적이고 있는 단계였다. 일주일에 한편씩 연재하겠다는 거창한 계획도 있었다. 하지만, 3번째 글을 쓰면서 뭔가 알 수 없는 한계에 부딪쳐야 했다. 이상하게도 뭔가 부족한 70%에서 더이상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그 쯤 회사일이 너무 바빠져 글을 쓸 시간을 많이 내기도 쉽지 않았다.


왜 갑자기 글의 진도가 나가지 않았던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강념으로 가득 차 있었던 것 같다. '글'을 쓰는 것 자체를 즐긴 것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그래서 조금만 글이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더이상 진도를 나갈 수 없었다. 분명 스스로를, 그리고 나와 비슷한 환경의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었는데, 그저 나를 갉아먹는 업무에 불과하게 된 것이다. 스스로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글을 쓴다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보니 어느새 자연스럽게 나는 글을 쓰지않게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먼저 '브런치'때문이다. 글을 쓰지 않은지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고, 겨우 글이 2편뿐인 내 브런치에는 여전히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다. 몇 달에 한번씩 내 글에 공감한다는 알림이 울리기도 했다. 별것도 아닌 내 글을 아직도 읽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늦었지만 한번 시작했던 일의 마무리는 깔끔하게 짓고 싶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는 스스로를 위한 위로가 절실하게 필요했다. 나는 항상 '성장통'을 호되게 겪으며 성장해왔다. '중2병, 고2병, 대 2병'으로 대표되는 이 성장통들은 나를 성장시키기도 했지만, 강력한 트라우마만 남기기도 했다.


청소년기의 내 성장통은 내 아픔을 숨기기 위해서, 그저 주변 사람들을 무섭게 공격하는 칼이었다. 중학교 2학년 때는 철없이 부모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동을 참 많이 했다. 부모님 앞에서 '죽어버릴 거다'라는 말을 수없이 내뱉었고, 죽어버릴 거라며 몇시간동안 연락이 두절되기도 했다. 고2 때는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에게 상처되는 말과 행동을 많이 했다. 내 행동 때문에, 많은 친구들과 이른바 '절교'를 했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는것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내가 예민하게 행동한 것이 틀림없다.


대학교 2학년 때는, '공대는 나랑 안맞다. 휴학할까, 자퇴할까'라는 말을 1년도 넘게 달고 살았다.

불확실성에 대한 현실도피반. 그리고 미래를 위한 계획반.

휴학계획을 세웠다 지웠다 취소했다를 수십 번 반복했다. 오히려 깔끔하게 휴학을 하는 편이 더 좋았을 거다. 휴학을 할지도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1년 내내 내 계획을 망치기 일쑤였다. 다음 학기에 휴학한다는 이유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일이 얼마나 많은지, 미래를 망설이다가 현실에 닥친일을 얼마나 수없이 망쳤는지...


이렇게 늘 성장통을 호되게 겪어온 나는, 지금 새로운 성장통을 겪는 중이다. 이른바 '사회생활 3년차 징크스', 하루가 멀다하고 끝없는 한숨을 쉰다. 이유없이 우울하고, 모든 일에 열정도 의지도 없다. 사실 내가 어떤 일에 열정을 가져야 할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아온 26년을 되돌아보면, 나는 늘 '자기계발'과 '발전'을 지향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항상 가능한 남들보다 많은 것들을 경험하려고 했고, 늘 내 한계에 부딪치고 극복하고자 노력했다. 그런데 취업이후 이런 내 지향점은 내손을 떠난지 오래다. 졸업한 대학도, 고향도, 250km 넘게 떨어진 연고도 없는 깡촌에서 근무하고 있는 탓일까. 아니면 세계를 타파한 코로나 탓일까. 아니면 그저 의지가 부족한 내 탓인가


회사업무는 매일 비슷한 일만 반복되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도대체 뭔지, 내가 하고 있는 이 일은 어떤 의미가 있는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이런 스스로를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싶었다. 그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글이었다. 오늘이후로 다시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글을 써볼까 한다. 작년처럼 거창한 계획을 갖고 글을 쓰지는 않을 거다. 그저 오늘처럼 내 마음을 담은 글 가끔, 그리고 1년 안에 처음 계획했던 '내 꿈은 직장인이었다' 마무리면 충분하다. (물론 글의 지향점이 1년 전과 같을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처럼, 조금이나마 나를 위로할 정도,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