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욱 7막7장의 파장
Tampa, Florida
뉴욕의 부호들이 은퇴하면 내려와 지낸다는 플로리다. 대부호이자 미국의 대통령을 지낸 트럼프가 애정 하는 플로리다. 플로리다는 그렇게 '부'와, '여유'의 상징이다.
미성숙한 욕망? 용기 있는 소망?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조기유학 열풍이 불었다. 홍정욱 씨가 쏘아 올린 7막 7장이란 책이 그 열풍의 주역이었다.
그가 미국에 건너가 백인들 사이에서 영웅처럼 성공한 일화는 교육열이 뜨거운 한국 부모들에게 어마어마한 자극제가 되었고, 경제적으로 조금 여유가 있는 집은 앞다투어 자녀들을 미국에 진출시켰다.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던 나에게도 그 열풍은 느껴졌다. 결국 그 책을 읽었고, 어린 치기에 경쟁심이 타올라 미국 유학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 꿈이 우리 가족을 얼마나 비참하게 만들지 상상도 못 한 채.
아빠는 백여 명 정도의 성도가 있는 동네 개척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였다. 목회자 집에 미국 유학을 보낼 돈이 있을 리 만무했다. 미국에 연고도 없었다. 사실... 비행기도 타본 적 없는 가족이었다.
주제 파악을 못하면 민폐라는 걸 어린 내가 어찌 알았겠는가. 그러니 욕심과 열정만 많았던 중1 꼬마는 일 년을 침대 머리맡에서 기도를 하며 떼썼다. 미국에 보내 달라고. 국제 변호사 되고 싶다고. (국제 변호사라는 건 정확한 용어가 아니고 미국 변호사라고 하는 게 맞다. 다만 미국 변호사가 흔치 않던 그 시절에는 그렇게 불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는 결국 미국에 갔다.
부모님과 9살 남동생 그리고 나.
우리 네 식구는 1996년 여름 플로리다로 떠났다.
돈도 없고 연고도 없다던 우리 가족이 어떻게 미국, 그것도 당시 생소하고 한인도 별로 없는 플로리다로 가게 되었는지는 이후 차차 풀어 가겠다.
1996년.
역마살과의 동행이 시작됐다.
(덧. 본 메거진은 과테말라 이야기를 담았던 '빛나지 않아도 별이었다' 의 속편입니다. ‘빛나지 않아도 별이었다’는 브런치북으로 발행되었으니 함께 읽어 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