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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망별 Feb 06. 2022

봉사와 기부에 대한 단상

인류에 납부하는 세금


과테말라에서 살던 고등학교 시절은 대체로 불행했지만, 그럼에도. 그렇게 빛나지 않았음에도.


   인생에 별이 되어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순간들이 내게 준 믿음 중 지금까지 내 인생을 관통하는 나의 단단한 철학 중 하나가 봉사와 기부다.


6년간 직접 교육봉사와 지원을 하고 있는 캄보디아 학교


과테말라에서 난 줄곧 누군가 날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보다 여유 있는 누군가가 운명처럼 또는 기적처럼 내게 손을 내밀어 내 학비를 내준다면, 우리에게 차를 태워준다면, 한국에 전화할 수 있도록 전화를 빌려준다면 좋겠다는 생각들을 했다. 물론, 그런 운명적인 또는 기적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어느 날


학교에서 일주일간 오지 마을로 의료봉사를 가게 되었다. 미국에서 파견된 선교사 아이들이 대부분인 기독교 학교라서 그런지 일 년에 한 번씩 미국에서 여러 과의 의사들이 오고 우리 학생들은 의사들을 서포트해서 통역을 하거나 기타 잡일들을 했다.


그곳은 워낙 오지였기 때문에 숙소라는 것이 아예 없었기에, 우리는 스스로 야전막사를 치고 침낭 속에서 일주일간 잠을 자는 생활을 했다. 흡사 파병 군인 같은 기분이었다.



일주일 동안 그곳 원주민들은 온갖 진료를 받기 위해 매일 길게 줄을 섰다. 나 같은 학생들이 전문적인 의료 통역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지만, 간단한 통역과 단순한 진료 그리고 몇 가지 약을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연신 두 손을 모으고 고맙다고 했고, 그들도 우리도 모두 조금씩 더 행복해졌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누군가의 도움을 절실히 원하는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나의 하찮은 도움마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먼저 나보다 약하고 나보다 절실한 사람들에게  내밀고,  사람들이  그들보다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고, 그렇게 모두가 모두에게 잠깐이라도 손을 뻗으면  선순환이 결국은 지구 상의 모두를 살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직감적으로 느낀 순간이었다.


2017년 캄보디아 프리아비히르에서



우리는 싫든 좋든 국가에 세금을 낸다.


그 비율과 쓰임에 대해서는 여러 논쟁이 많지만, 세금을 납부해야 국가가 유지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봉사와 기부는 그런  같다.


국가보다 더 큰 단위의 인간 사회 전체를 유지하기 위해,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살아 남아 인류를 존속시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그리고 살아 있는 동안 인간답기 위해.


만원을 가진 사람이 천원을 가진 사람을 돕고,

천원을 가진 사람은 백원을 가진 사람을 돕고,

백원을 가진 사람은 십원을 가진 사람을 돕고.


그렇게 인류에 대한 세금을 지불해야 한다.


코로나로 캄보디아에 갈 수 없어서 최근에는 연탄 봉사를 한다.


내가 그리고 당신이 지금  위치에  있는 것은 


우리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고,


우리가 누군가를 밟고 올라섰기 때문이고,


결국 누군가는 나로 인해 희생하고 양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그들에게 일말의 책임과 감사를 표해야 마땅하다.


그 마땅한 것이 꼭 마땅해 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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