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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보현 Jan 21. 2021

what happened to 책방노랑 3,4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

마감을 앞두고 전화 한 통이 걸려온다.
“오늘 책 사간 사람인데, 책이 헌 책이라서 전화했어요. 볼 수 없을 정도예요”라고 화가 잔뜩 난 목소리이다.
“죄송합니다. 근데, 제가 지금 오픈한 지 4일째고요. 책들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새 책들이에요. 그래도 가지고 오시면 새 책으로 드릴게요.”
“그럼 새 책은 있어요?” 여전히 화가 난 목소리다.
“오늘 주문을 넣었는데, 책방에는 보통 오후 3시면 도착하니 넉넉히 4시쯤 오시면 받으실 수 있으세요.”
“4시요? 무슨 책이 그렇게 늦게 와요. 쯧, 주말에 열어요? 주말에 갈게요.”
“네...”
뚝. 끊긴다.
눈물이 난다. 그냥 운다.

울면서 청소기를 마저 밀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하원 시키고 집으로 가서 빨래 돌리고 건조기에 옷들을 꺼내 정리하고 저녁에 먹을 고기를 해동시키고 아이에게 간식을 챙겨준다. 눈물이 또 난다.

온통 복잡한 생각과 감정이 정리가 되지 않아 맴돌고 맴돈다. 남편이 퇴근해서 자초지종을 다 듣고 나 대신 화도 내주지만, 자꾸만 맴도는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아이를 재우고 샤워를 하면서 지난 4일간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본다. 책방 이름이 노랑이라서 노오란 튤립을 두 다발이나 받았다. 처음 보는 손님이 책방 오픈을 축하한다며 건네는 노오란 튤립. 예전에 내 강의를 들었다며 저녁에 몰래 찾아와 건네는 고마운 이의 노오란 튤립. 노오란 에그타르트를 수줍게 건네며 동네에 책방이 생겨 설레서 밤을 새고 왔노라 고백하는 이. 10분이 생겨 급하게 인사하러 왔다며 내가 추천서를 써둔 책을 보지도 않고 골라서 나가는 이. 친구들을 우르르 몰고 온 이. 눈길을 걸어온 이. 아이에게 노오란 양말을 신겨서 데리고 와 자랑하는 이. 귤 한 봉지를 수줍게 건네는 이. 운다.

그래, 내가 울어야 할 때는 감사할 때뿐이다. 그래야만 한다. 작은 오해와 그로 인해 언성을 높이는 이가 있다 해도 울 필요가 없다. 내가 울어야 할 일은 감사할 때뿐이다. 분명하게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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