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보현 Jan 22. 2021

what happened to 책방노랑 5

다섯 번째, 여기는 그림책 책방이 아닙니다


여기는 그림책 전문서점이 아닙니다.
여기는 종합서점이에요.

오늘로 다섯 번째 책방 문을 연다. 들어오는 손님들은 종종 이렇게 묻는다.

“여기는 그림책 책방이죠?”

나는 30대 아기 엄마이다. 그리고 경기도 신도시에 책방을 열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아기 엄마가 여는 서점이 그림책 서점일 거라 생각한다. 신도시에서 오픈하는 책방이니 그림책 전문일 거라 생각이 드나 보다.

종종 받는 질문에 나는 대답한다.
“여긴 모든 분야의 책을 파는 종합서점이에요.”
조금 더 설명을 원하는 손님이 있다면, 덧붙여 대답한다.
“문학, 인문, 사회, 철학, 과학, 예술, 청소년, 유아, 원서, 잡지 그리고 그림책 모두 10퍼센트씩 공평하게 들어와 있어요.”

대부분 실망하는 눈치다. 그림책이 꽂혀있는 두 칸 정도만 살펴보고 아이에게 두 세권 읽어주곤 나간다.

 책방을 열 때, 예상했던 일이다. 평균 연령 34세인 동네에서 인문학 큐레이션이 통할까 고민했을 때 주변에서 만류했으며, 나 또한 불안 속에 진행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림책을 90퍼센트 이상 큐레이션하고 나머지 10퍼센트를 신간과 베스트셀러로 두는 게 확연히 수익이 날 것을 안다. 문제는 나는 아기 엄마일 뿐이지 그림책 전문가가 아니다. 양질의 그림책을 큐레이션 하면서 그림책 프로그램을 운영할 능력이 없다. 그리고 이미 동네에 그림책 전문 책방이 두 군데 있고 또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손님이 없는 오전에 책장에 꽂힌 책을 하나하나 보면서, 나의 큐레이션의 문제가 무엇일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그림책 비중을 높여야 하나, 정치철학책을 모조리 빼고 인기 그림책을 넣을까. 답을 모르겠다. 단지 내키지 않는다는 것만 알겠다.

작가의 이전글 what happened to 책방노랑 3,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