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viola musi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올리스트 한대규 Dec 09. 2023

viola music (4) : Schumann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동화적 장면들


Robert Schumann - Märchenbilder for viola and piano Op.113


로베르트 슈만 -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동화적 장면들 작품번호 113


viola music

오늘은 처음으로 비올라와 피아노 듀오 곡을 소개해드릴까 해요! 슈만의 ‘동화적 장면들 Op.113’ 중 마지막 악장 Langsam, mit melancholischem Ausdruck입니다.


작곡가이면서 동시에 작가였던 그였기에 음악을 언어를 고르는 데 있어서 섬세했던 걸까요?  그는 그 음악의 캐릭터를 나타내는 빠르기말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Allegro, Adagio, Largo와 같은 이탈리아어가 아닌 자신의 모국어 독일어를 사용했습니다.


Langsam, mit melancholischem Ausdruck


Langsam은 ‘느리게’라는 뜻이고 Ausdruck은 ‘표현’ 또는 ‘표정’으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느리게, 슬픔에 잠긴 표정으로‘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여기서 표정은 소리의 표정이겠죠? ’ 소리에 어떻게 표정이 있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욱 시적인, 그래서 더욱 슈만스러운 표현이 아닐까 싶어요.

슈만의 초상


‘동화적 장면 Op.113’은 각 악장의 표정이 확실한 곡입니다 외롭고 쓸쓸한 장면 (1악장), 말을 타듯 경쾌하고 신나기는 장면(2악장), 추운 겨울바람이 휘몰아치듯 격정적인 풍경(3악장) 등 많은 표정을 품고 있어요. 음악용어로는 카락터슈튝 Charakterstück이라고 합니다. 특정한 느낌과 정서를 담은 짧은 작품을 일컫는 말이죠.


그래서 꼭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상상력을 자극하는 곡이죠. 어떤 풍경, 색깔과 장면을 머릿속에 그리게 되는 음악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Märchenbilder, 동화적 장면들이라는 제목이 더없이 잘 어울리는 곡이죠.


폭풍이 휘몰아치는 듯한 3악장에 바로 이어지는 이 네 번째 악장은 적막 속 읊조림 같은 곡이에요. 쓸쓸하고 아련한 이 곡은 슈만의 표현처럼 멜랑꼴리 한 분위기지만 동시에 이상하리만큼 따뜻한 악장입니다. 포근한 할머니 품 같달까요.


그런데 곡의 마지막, 그 따뜻함이 불현듯 두 번의 피치카토와 함께 공기중으로 증발하듯 사라집니다. 그 두번의 화음은 달콤한 꿈에서 깨어난 듯한 헛헛한 마음을 품게합니다.


누군가 제게 가장 아름다운 비올라 곡을 한곡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주저 없이(물론 고민은 많이 되겠지만^^) 이 곡을 선택할 것 같아요.


글-비올리스트 한대규

이미지 - Max Rentel (1850-1911)


매거진의 이전글 viola music (3) : J. S. Bach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