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viola music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비올리스트 한대규 Dec 31. 2023

viola music (6) : Bach

Suite for cello sollo No.1 BWV 1007


Johan Sebastian Bach

Suite for cello solo No.1 BWV 1007

Prelude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

첼로 독주를 위한 모음곡 1번 바흐작품번호 1007

프렐류드


viola music

우리의 일은 한 해나 두 해 사이에 큰 꽃을 대번에 피우고 탐스러운 열매를 맺는 일과는 좀 성질이 다르다. 그러나 아무리 크고 우람한 교목이라 할지라도 열매에서 싹이 튼 한 치 묘목부터 자라나는 법이고 여러 백 년 또는 여러 천년을 자라나는 동안 한 해를 주기로 해서 가지가지 어려움과 비바람을 겪어 내면서 자라나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봄가을 여름 겨울을 아울러서 한 해가 차는 것이며 이 한 해 동안의 보람이 연륜으로 마무리되면서 그것이 쌓이고 쌓여서 비바람에 끄떡도 안 하는 우람하고 장하고 또 뿌리 깊은 아름다운 교목이 되는 것이다

혜곡 최순우


연말이면 지나간 한 해를 마무리 짓고, 좋은 일들이 가득할 것만 같은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마음으로 왠지 모르게 들뜨게 됩니다. 소풍을 앞둔 아이의 마음처럼요.


동시에 조급한 마음도 듭니다. 올해 못해낸 일들을 내년에는 꼭 해야겠다. 보다 나아진 한 해를 보내야겠다는 마음 때문입니다. 머리로는 나도 크고 아름다운 교목이 되고 싶다 생각하지만, 마음은 자꾸만 한해살이풀처럼 조급하고 가볍게 붕 뜨기만 합니다.


혜곡 선생의 말씀은 그런 제 마음을 다독여줍니다. 백 년 천년의 호흡으로 살아가는 나무의 이야기를 통해 ‘그리 서두를 것도, 조바심 낼 것도 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상기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길고 따뜻한 호흡을 들이마십니다.


새로운 시작을 앞에 두고 설레는 마음은 마땅하지만 1월도 채 지나지 않아 모래성처럼 무너질 거창한 계획보다는 나무가 몸속에 목리를 새기듯 천천히 그러나 단단하게 성장하고자 마음을 다잡습니다.


’시작‘이라는 단어를 마주하면 저는 언제나 바흐의 무반주 모음곡 1번의 프렐류드 Prelude를 떠올립니다. 36곡의 문을 여는 이 음악은 너른 품을 지녔습니다. 그 품 안에는 설렘도, 여유도, 다짐도, 걱정도, 두려움도 희망도 모두 담겨있습니다. 16개의 16분 음표로 이루어진 첫마디가 가슴 설레면서도 단단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시작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


글 - 비올리스트 한대규




매거진의 이전글 viola music (5) : Vivaldi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