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별을 따라가라 Intro

[Intro] 꿈, 그 긴 여정의 시작 '작은 고래의 꿈(창작 동화)'

by 청연

작은 고래의 꿈


유난히 별들이 총총한 밤. 오늘도 어김없이 청명한 하늘에 하얀 꼬리를 달며 저 바다 끝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이 눈에 들어왔다.

저 바다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사실 나는 늘 이 넓은 바다의 저 끝을 동경해 왔다. 이상하게도 별똥별들은 저 바다 끝으로만 떨어졌고, 분명 그곳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신비한 세계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푸우 우!"


그때 갑자기 물을 분수처럼 품어내며, 낯선 얼굴의 아주 큰 고래가 고요한 바다를 가르며 내 옆으로 떠올랐다. 카리스마 넘치는 얼굴을 한 그는 분명 우리 동네 고래가 아니었다. 처음 보는 그는 아주 멀리서 헤엄쳐 왔는지 조금 지쳐 보이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아저씨!"


"후우... 안녕, 꼬마야!"


호기심이 많은 나는 고요한 바닷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그의 정체가 너무도 궁금했지만, 아무래도 지금은 잠시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큰 고래 아저씨는 여전히 거친 숨을 내 쉬고 있었고, 아무래도 그에겐 숨 돌릴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얼마 후 여전히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그는 커다란 지느러미를 이리저리 휘저으며 곧 다시 여정을 시작할 듯 몸을 풀었다. 마침내 거칠던 숨소리도 잠잠해졌고, 나는 기회를 놓칠세라 입을 열었다.


"저는 빅(Big)이라고 해요. 그런데 아저씨는 어디서 오셨어요?"


"나? 나는 바다 건너편에서 왔어. 크로노스라고, 여기서 먼 곳이지만 그 이름은 그쪽 바다에선 아주 흔하지. 넌 아직 어리니 아마 잘 모를 거야. 사실 좀 따분한 동네야... 참, 내 이름은 카이로스야. 빅이라... 덩치는 작지만 이름은 아주 크구나!"


"크로노스? 그런 동네가 있었군요. 아무튼 먼 곳에서 여기까지 오셨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혹시, 그럼 저 바다 끝까지도 가보셨어요? 저기 저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바다 끝이요!"


아저씨는 거친 숨을 한 번 더 고르면서, 나의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그럼! 가봤지. 너무 멋진 곳이야. 그곳에 가보지 않은 고래에겐 설명하기 힘든, 정말 아름답고 신비한 곳이지. 사실 그곳에 가는 길도 참 아름다워. 이 동네에선 볼 수 없는 신기하고 신비한 것들이 많지. 여기도 뭐 나름 아름답긴 하지만..."


"와! 그럼 생각했던 것처럼 정말 멋진 곳이군요!"

역시 내 직감이 맞았다. 그곳은 정말 내가 꿈꾸던 그런 곳이 분명했다.


"아... 저도 아저씨처럼 어른 고래였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럼 마음껏 헤엄쳐 저 먼 곳까지 갈 수 있을 텐데... 하지만 언젠가 지느러미와 꼬리가 자라서 튼튼한 어른 고래가 되면 저도 저곳에 꼭 한 번 가 볼 거예요! 이래 봬도 저는 굉장히 용기 있는 고래거든요."

나도 모르게 바다를 지느러미로 탁 내리쳤다. 너무 큰소리로 자신 있게 얘기한 탓일까? 아저씨는 껄껄 웃으면서, 바닷속에서 커다란 지느러미를 꺼내 허공에 휘저었다.


꼬마야, 그곳은 어른이 된다고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란다. 그곳은 어른이 되고 싶은 고래가 가는 거지. 그곳에 도착하면 진짜 어른이 되는 거야.

"네? 어른이 아니어도 갈 수 있다고요?"

나는 어른 고래가 아니어도 저 먼 곳까지 헤엄쳐 갈 수 있다는 아저씨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럼. 그럼! 그렇지만 그곳에 가는 길이 쉽지만은 않단다."


아저씨는 내 호기심 어린 눈을 보았는지 그곳에 가는 길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주었다. 거칠고 화려한 산호초 사이와 바닷속 어두운 동굴을 누비는 것보다 훨씬 즐거운 모험으로 가득한 길이지만, 때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험난한 길이라고 했다. 잔잔해 보이는 저 바다가 때로는 집어삼킬 듯한 거친 파도와 폭풍으로 그곳을 향해 헤엄치는 고래들을 죽음으로 내몬다고...


특히, 어부들의 그물을 조심해야 해!
그 덫에 걸리면 커다랗고 투명한 수족관에 우릴 넣고, 평생 그 좁은 곳에서 살라고 할 테니까.
때마다 먹이를 주면서, 이렇게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이 더 좋은 거라며 우리를 길들이려 하지!
가끔은 맛있는 먹이를 높이 던져주며, 더 높게 점프하라고 소리 칠 거야.
생각만 해도 끔찍해!
그래서 어부들의 그물이 가장 무서운 거야.
그럼 이렇게 넓은 바다를 누릴 자유와는 영원히 안녕이니까!

문득 아저씨의 거대한 몸을 보니 이곳저곳에 작고 큰 상처들이 많이 보였다. 그는 그동안 많은 파도와 폭풍에 휩쓸렸던 흔적이라고 했다. 그런데 유난히 그의 눈빛만은 너무도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저 하늘의 별들처럼!


"그런데, 어떻게 저 먼 곳까지 방향을 잃지 않고 갈 수 있죠?"


"음, 그건 나만의 비밀인데... 너는 아주 용기 있는 고래라고 했으니까 특별히 알려줄게."


아까 조금 오버하듯 바다를 치며 큰소리로 용감한 고래라고 힘주어 말하길 참 잘했다. 덕분에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던 특별한 비밀을 알게 됐으니!


숨 쉬러 바다 위로 나올 때마다, 하늘을 보면서 방향을 잡는 거야.
사실 방향을 잡기엔 어두운 밤이 더 좋지.
내가 정해둔 별이 매일 밤마다 나를 맞아 주거든.
나의 그 별을 따라가는 거야. 그럼 그곳에 도착할 수 있어!

"와우! 그런 방법이 있었군요!"


아저씨는 정말 모르는 게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이런 멋진 어른 고래는 처음이었다. 우리 동네 어른 고래 누구도 이런 얘기를 해준 적이 없었다. 다들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이라며, 굳이 저 먼 곳까지 고생스럽게 떠날 필요가 없다고 했었다. 사실 그들은 저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곳도 이곳과 다름없을 거라며, 가본 적도 없으면서 마치 다 아는 척하곤 했었다.


"아저씨, 저도 아저씨를 따라가도 될까요? 똑똑하고 튼튼한 아저씨와 함께라면 저도 저 바다 끝, 별똥별들이 떨어지는 곳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야 문제없지. 하지만 처음에는 좀 힘들 거야.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면, 너도 그곳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만약 제가 느려서 아저씨를 놓치면 어떻게 하죠? 그래서 길을 잃어버리면..."


"그때부턴 너의 별을 따라가렴. 아까 한 말 잊지 않았지? 너의 별을 하나 정하고, 그 별을 따라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


나만의 별을 정하고 그 별만 따라간다... 네! 어렵진 않을 것 같아요.


"자, 이제 출발할 때가 됐구나."


그토록 동경해왔던 저 바다 끝까지 가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 내가 지금껏 자랐고 또 재미있게 놀았던 얕고 잔잔한 파도가 이는 익숙한 바다가 보였다.


‘여기도 참 좋았는데... 재밌게 같이 놀았던 친구들도 많았고...’

이곳이 싫은 건 아닌데 만약, 이 카이로스 아저씨를 놓치면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었다. 이런 특별한 만남과 기회는 어쩌면 두 번 다시없을 수도 있으니까 모험을 걸어보기로 했다. 사실 여기선 충분히 재미있게 놀았으니 그렇게 미련이 남을 것 같지도 않으니까...


머뭇거리고 있던 나에게, 아저씨가 높게 물을 뿜으며 신호를 보냈다.


"자, 준비됐지?"


"네!"




2013년 9월.

나와 우리 가족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았던 '카이로스(기회)'를 따라나섰다.

튼튼하고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주었던 직업군인(장교, 대위), 그것도 첫 번째 꿈이었던 헬기 조종사라는 꽤 괜찮았던 라벨을 던져두고, 정말 겁도 없이 카자흐스탄으로의 첫 이민과 현지(해외) 창업에 도전했다.


마치 용감한, 그러나 아직 울타리 밖 경험이 없는 어린 고래처럼

늘 동경했던 더 먼 곳, 가슴이 떨리는 곳을 향해 첫 발을 내디뎠을 때

나와 아내는 서른 중반이었고 큰 딸은 만 3살, 둘째 딸은 막 돌이 지난 시점이었다.

'간절한 꿈 - 나만의 별'을 좇아 나섰던 여정에서

가끔, 아니 그 보다 더 자주!


우리는 길을 완전히 잃거나 방향 감각을 상실하기도 했고,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의 늪에 수차례 빠지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나와 아내, 우리는 하늘을 바라봤다. 아직 열려있는 하늘은 그나마 '숨'을 쉴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야속하리 만큼 청명한 밤하늘, 그러나 분명 아직 별은 빛나고 있었고 여전히 실낱 같은 꿈과 희망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방향만 맞다면, 그 꿈에 대한 우리의 확신이 틀림이 없다면
언젠가 우리는 반드시 별똥별이 떨어지는, 그 '영광의 항구'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2017년 7월 7일.

마침내 아프리카 케냐까지 돌도 돈 긴 표류 끝에 그토록 동경했던 별똥별이 떨어지는 영광의 항구, 코카서스 조지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조지아, 아르메니아 또 요르단을 순차적으로 섭렵하며 지식 가이드로, 여행 연출자로서 새로운 '업'을 시작했고, 그 일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날개'가 되어 주었다. 덕분에 나는 헬기 조종사 시절 못지않게 '비행하듯' 하루하루 감격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제 여기

꿈과 희망의 메시지, 그 '영광의 불티' 하나를

아직 뻣뻣한 혀와 세월의 때 묻어 거친 손으로 8년의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그대의 별을,

그대만의 가슴 뛰는 별을 향해

멈추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달려가는 미래의 한 사람을 떠올리며....

나의 혀를 한껏 힘 있게 하시어

당신의 영광의 불티를 단 하나만이라도

미래의 사람들에게 남겨주게 하소서!

- 단테, <신곡> 천국 편 33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