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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연 Feb 09. 2024

You can take me high_candelion


자려다 이불을 걷어차고 책상에 앉았습니다.

어떤 음악을 듣다 문득 당신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문득 떠오른 당신에게 무슨 말이라도 적어두려 합니다.

음악에 집중합니다.

기억을 소환합니다.

그날을 스케치합니다.


우리의 만남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같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잔잔히, 타닥타닥 소리 내며 밤을 지새운 모닥불 같았습니다.

우리의 만남은 한참 쏟아지는 폭우 같지는 않았지만

내 것인 양, 거울 같은 사연으로 서로를 충분히 적셨습니다.


우리가 그 오랜 세월 다른 길을 걸었다는 것이

그러나 놀랍도록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이

우리가 그 시절 남들과는 다른 삶은 선택했다는 것이

그래서 서로의 남 다른 삶을 즉시 알아챌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놀랍습니다.

 

무수히 떨어지는 빗방울 속 우리 둘만 청옥색 채색한 듯

우리의 낮이 옵니다.

저 수없이 많은 모래알 중 우리 둘만 사각사각 속삭이듯

우리의 밤이 옵니다.


이토록 잔잔한 기억으로 밤을 새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동안은, 또 이런 밤이 자주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기꺼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텅 빈 책상, 주광등 아래 펜을 들고 앉을 생각입니다.

그대가 속이 훤히 비치는 청옥색 낮 같이 온다면

그대, 간지러운 사각사각 모래소리 밤 같이 온다면 말입니다.


몸이 둥실 떠오릅니다.

당신이 나를 지금 보다 더 높은 곳으로 데려갑니다.

그곳에서 다시 안녕! 하고 가벼이 인사합니다.  

웃고, 떠들며 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붓고, 마시며 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울고, 껴안아 한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당신과 나는

별것 아닌 것에 웃고

별것 아닌 것에 울고

별것 아닌 것에 상처받고

별것 아닌 것에 위로받았다는 것에

정말 우리의 삶이 그러했다는 것에 박장대소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아쉬운 안녕입니다.

잠시, 어쩌면 영원히 그럴 것입니다.  


마치 꿈같이

마치 꿈같이...


24.2.8

새벽이 오늘 길목, 우연히 떠오른 어제의 그대에게.


청연


Anthropometry _ Yves Kl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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