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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주희 Jan 03. 2024

우연히 36세 11개월의 나를 다시 만나다

 단체톡방에서 오랜만에 성인애착유형 검사 링크를 만났다. 이전에도 해본 적 있던 테스트라 '내가 얼마나 변했을까?'란 기대를 가지고 여러 개의 질문에 성실히 답해보았다. 답을 하면서 '이 정도면 많이 좋아졌을 것 같은데'란 긍정 회로가 돌았다. 하지만 결과는 이전과 같았다. 불안정애착(혼란)(공포회피형): 자기부정-타인부정.

 혹시 점수라도 조금 달라졌을까 싶어 예전 핸드폰을 뒤져보았다. 하지만 찾고 싶은 애착 유형 결과는 찾지 못하고, 대신 4년 전 병원에서 한 걸로 보이는 각종 검사 결과 캡처본을 우연히 맞닥뜨렸다. 2020년 4월 5일 식목일날, 겨우 병원을 찾아간 만 36세 11개월의 나는 이랬나 보다.


PAI 결과해석 중 일부
*부정적 인상: 매우 높음. 자기 자신을 매우 부정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려고 시도했을 수 있습니다. 임상적 증상이 가장되거나 왜곡되어 있을 수 있어...
*신체적 호소: 높음. 신체적 증상이나 기능에 대한 상당한 관심과 염려를 나타냅니다. 자신의 건강이 좋지 않고 설명하거나 치료하기 어려운 복잡한 의학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을 불행하고 회의적으로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높고, 다른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적 호소를 수동-공격적 방식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불안: 높음. 상당한 불안과 긴장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불안 관련 장애: 높음. 주변 상황에 대한 공포와 관련된 장애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공포의 성격을 밝히기 위해서 점수를 검토할 필요하 있습니다. 걱정과 공포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나타나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우울: 중간 범위. 자기 자신에 대한 회의감과 같은 우울 증상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고, 자신을 신뢰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조증: 높음. 안절부절못하고 충동적이며 에너지 수준이 높은 편입니다. 이 경우 동정심이 없고 성미가 급한, 불 같은 성질의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망상: 높음. 다른 사람을 의심하고 적대감이나 위협이 있을 것으로 간주하여 주변환경을 감시하는데 에너지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서도 불신하는 경향이 있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수 있습니다.
*공격성: 중간 범위. 참을성이 부족하고, 안절부절못하거나 쉽게 화를 낼 수 있습니다.
*자살관념: 매우 높음. 자살사고에 대해 병리적으로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의 점수 상승은 다른 척도의 수준과 관계없이 자살할 가능성에 대한 중요한 경고신호로 해석해야 합니다.
*비지지: 낮음. 가족 및 친구들과 친밀하고 상호 도움이 되는 지지적인 관계를 맺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치료거부: 낮음. 자신의 행동이나 문제에 대해서 일종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심한 심리적 불편감이 있고 전문가들로부터 도움을 받으면 자신의 고통이 즉각적으로 경감될 것이라는 비현실적 기대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IESS 결과 해석
스트레스 지각 - 신체화 - 우울 - 불안 - 자기 조절 실패 모두 '매우 높음'. 백분위 98.4. 백분위 98.4라니.
*스트레스 취약성 총점: 매우 높음.
*완벽주의: 매우 높음.
K-IIP 원형척도 프로파일 및 결과해석 중 일부
*냉담: 매우 높음. 다른 사람에게 친밀감이나 애정을 느끼기 어렵고 긍정적인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들은 사회적 의무나 관습 또는 다른 요구가 없어서 자유로울 때도 자신을 '외로운 존재'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대인적 비수용성: 매우 높음. 다른 사람의 행복이나 문제에 대해 쉽게 공감하지 못하고 타인의 목표나 소원 또는 요구를 배려하고 지지하거나 수용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들은 자기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의 지시를 따르거나 권위를 수용하기가 매우 어렵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일을 하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공격성: 매우 높음.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가 지나치게 비판적이거나 공격적이며, 분노나 복수심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짜증이나 화를 내고 자주 싸우거나 말다툼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깟 애착 유형에 대한 궁금증은 사라지고, 36세 11개월의 나를 다시 만나자 지금 내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렀다. 나는 많이, 정말 많이, 힘들었구나. 어떻게 보면 다시 좋아지기 힘들 정도로 망가져있었구나. 그런데 어떻게 다시 괜찮아졌지. 어떻게 다시 이렇게 살아갈 힘을 얻었지.


 많은 사람이 새해 다짐 같은 걸 하지만 나는 좀체 하려하지 않는다. 지킬 수 없는 말을 하는 게 싫어서다. 그냥 죽지 않고 살아서, 드문드문 웃을 수 있는 지금이 너무 소중하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다. 더 욕심을 내는 건 마치 사치처럼 느껴져서 말이다.

 더 나은 길이 있지 않을까 그때를 가끔 돌아보는데 아마 그런 건 없지 않았을까.


인연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진실 없는 사람에게 진실을 쏟아부은 대가를 받는 벌이다.
- 법정스님

 나는 여전히 스스로의 선택에 자신이 없을 때가 많다. 밖에는 눈 같은 차가운 비가 내린다. 내가 놓고 온 나를, 오늘은 돌아가 안아주고 등 두드려 주고 싶다. 그때 죽지 않고, 아니 죽지 못하고 살아난 일이 더 큰 힘든 날을 맞이하게 되지는 않기를 바랄 뿐이다. 만에 하나 다시 그렇게 된다면 그때의 나를 다시 몹시 미워하게 될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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