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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hmitz cabrel Dec 25. 2020

12월, 넷플릭스에서 보는
시트콤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 <커뮤니티> 시즌2 11화 ‘아벳의 통제불능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가 되면 떠오르는 의문 하나가 있다. 

내게 도대체 크리스마스란 무엇일까. 



<커뮤니티> 시즌2 11화


나는 공휴일의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 않는 터라 성탄절에는 집에 있는 날이 많다. 

(올해는 당연한 일이다.)


그래도 24일은 공휴일 전날이기 때문에 일이 있으면 밖으로 나가야 했다. 이브가 되기 전부터 빵집에는 색색의 케이크 상자들이 쌓여가고, 메신저에는 메리가 붙은 인사말들이 적힌 말풍선들이 생성된다. 물론 나도 똑같이 한다. 


저녁이 되면 반짝이는 불빛 아래, 비슷한 모양의 케이크를 들고 귀가하는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간다. 나도 모르게 들뜨는 기분이 되어 그 일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 


25일 당일에 케이크를 먹어 두둑한 배로 눈을 뜨며, 나는 매번 생각한다. 

크리스마스가 대체 무엇이길래, 당도 높은 케이크를 과식하고 불편한 속으로 일어났을까. 


이 짓을 1년에 한 번 꼴로 하고 있어서 일부러 크리스마스에 보는 시트콤 에피소드가 있다.  20분 남짓의 시간이 지나면 나는 더 이상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묻지 않는다.


짧은 시간 내 기분전환도 가능한 그 에피소드는 

시트콤 <커뮤니티> 시즌2 11번째 에피소드 '아벳의 통제불능 크리스마스'다. 

      

<커뮤니티> 포스터 

<커뮤니티>는 2009년에 방영을 시작했던 NBC의 시트콤으로 각자의 사연으로 그린데일  커뮤니티 컬리지에 입학한 신입생들이 스페인어 스터디그룹으로 묶이면서 일어나는 사건들로 진행된다. 이 시트콤은 미국 대중 문화를 인용하고 패러디하는 게 다반사인데, 그 방식이 과감하고 실험적이어서 가슴 시원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등장인물들  중 ‘아벳’은 세상을 TV와 영화로 배운 캐릭터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모든 상황에 머릿속에 있는 대중문화 레퍼런스를 적용하고 설명할 수 있다.  


<커뮤니티> 시즌1 8화


시즌2 11화 ‘아벳의 통제불능 크리스마스’는 아벳이라는 캐릭터의 마음속에 있는 윈터 원더랜드로 떠나는 여정 이야기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왜냐하면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진 어느 날, 세상이 아벳에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스터디그룹 친구들은 아벳을 심리학 교수 덩컨에게 데려가 상담치료를 받게 하려고 하지만, 아벳은 치료는 거부하고, 자신이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찾으면 '모든 게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이 에피소드의 골자는 그룹치료를 가장한 아벳 마음속에 있는 윈터 원더랜드로의 탐험이며(입장에 따라 반대로 말하는 것도 가능하다),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찾기 위한 여정이다. 



아벳과 스터디그룹 멤버들은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있는 북극으로 향하는데, 아벳은 이 여정이 크리스마스에 대한 그룹의 마음을 실험할 것이라고 한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웡카 스타일로’ 이루어지는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면 윈터 원더랜드에서 (익룡에 의해) 사라진다. 



언제나처럼 서로에게 독설하던 그룹 멤버들은 이 여정을 치료라고 잘못 말하거나, 빈정대거나, 교수 덩컨의 편이거나,  아벳을 도와주거나 등등의 이유로 북극에 가지 못한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모두 모여 아벳이 크리스마스를 잃지 않고,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함께 싸운다. 아벳은 왜 세상이 스톱모션으로 변했는지 그 이유를 마주하며,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커뮤니티> 보는 것이 즐거운 이유나, 아벳에게 애정을 가는 이유는 가상이 현실의 원동력으로서 기능하는 것을 흥미롭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현실을 그대로 마주하는 것보다 아벳의 원더랜드에서 각자의 답을 얻는 것은 보다 쉬우며 즐겁기까지 하다. 


올해도 역시 '아벳의 통제불능 크리스마스'를 즐기며 크리스마스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 


나는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기념일이라고 여겼지만, 그 분위기가 주는 특유의 행복감과 (좋은 의미로) 난무하는 안부인사와 안녕을 바라는 외침들이 싫지 않다. 크리스마스가 소통가능한 물질로 나타나 '안녕'이라고 말하면 무심한 척 고개나 끄덕여주겠지만, 만약 '나 이제 없어질 거야'라고 한다면 그건 좀 곤란하다고 크리스마스의 어깨라도 붙잡을 것만 같다. 


왜냐하면 나도 내 나름의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별 거 아니라 해도 어쨌든 이 의미는 내 것이고 내 마음이라고 생각하면,

크리스마스가 한결 가볍게 다가온다. 


그러므로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가볍게 다루고 싶다면, 나만의 의미를 알고 싶다면,

따뜻한 이불속에서 넷플릭스를 켜고 

<커뮤니티> 시즌2 11화 '아벳의 통제불능 크리스마스'를 보기를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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