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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chmitz cabrel Aug 27. 2020

01   아무것도 아닌 여행

<공중을 선회하는 여행>, 이탈리아







나는 대체로 웃고 지낸다.


그러나 가끔은 운다.


모든 것이 괜찮다가도 눈을 감아야 할 순간이 온다.


그럴 때마다 여행을 생각하지만, 여행은 그저 그런 것일뿐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여행을 가서 하는 일이라곤 또 다른 우리를 구경하거나 


또 다른 우리가 만든 것을 보거나 


또 다른 우리가 발견한 것을 놀라워하는 것이다.



다른 행성에 간다 해도


처음 그리고 마지막엔 감격에 넘친 얼굴로 


지구를 바라보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래서 여행은 아주 근사하다.


인간의 오래된 취미로서, 인간이 원하는 것에 충실하다.



우리를 감싸고 있는 허무의 구름과


꼬리에 기쁨을 달고 다니는 슬픔,


반납할 수 없는 영원한 괴로움같은 것들을


빙 둘러서 천천히, 오래오래 쳐다볼 수 있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여행은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아니지만


가장 멋진 우리들의 생활이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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