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타인을 관찰한다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질투심을 감추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은 '칭찬'이다.
이는 정신분석 방어기제 중 '반동형성'이라는 용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반동형성이란, 나 자신이 지닌 부정적 감정이나 충동을 인정하기 어려울 때, 그와 반대되는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걸 말한다. 즉, 자신이 분명 그 사람에 대해 불편감을 느끼면서도 그 앞에서는 상당히 좋아하는 척하거나(예, 직장 동료에 대한 불만을 뒤에서 험담하는 등). 상대방의 말이 듣기 싫은 데도 그걸 표현하지 못해서 잔잔한 미소를 띠는 행동들을 말한다.
그중 질투심이라는 감정으로 살펴보자면. 상대의 외모에 대한 질투심이 강할수록 그 사람의 외모를 계속 관찰하고 칭찬하는 사람도 질투심을 느끼고 있는 상태인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감정은 말 그대로 '무의식'의 상황에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정작 당사자는 자신이 그 사람을 질투하기 때문에 계속 상대방의 외모를 살펴보며,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평가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그래서 주로 연예인들이 질투심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고, 팬이 한순간에 돌아섰을 때, 안티보다 무서운 '돌아선 팬심'으로 공격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상담사로 일할 때도 보면, 간혹 이런 감정을 느끼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가 있는데.
그들은 주로, '상담에 관심이 있지만 상담 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사람', '상담사가 되기 위해 공부했지만, 자격증이나 수련을 포기하고 다른 분야로 전향한 사람', '상담사가 되기 위해 이직을 한 사람', '수련생의 자질이나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알면서도 인정해 주길 거부하는 수련감독자' 등이 있다.
처음에 그들과 만나면, 그들은 주로 호감적 표현으로 나와의 유대감을 형성하려고 한다. 내가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했던 과정과 성과를 칭찬한다.
하지만 이러한 칭찬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질투심을 느끼는 상태인 것은 아니다. 그중에도 질투심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은 더 이상 내 분야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나타내지 않으니까. 내가 내 직업에서 겪는 어떠한 경험담을 말해도 '그런 일도 있구나'하고 경청하고 넘어갈 수 있는. 내 삶은 내 삶이고, 그들의 삶은 그들의 삶이라는 '분리'를 명확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더하면, 질투심은 '동일시'라는 또 다른 정신분석 방어기제를 동반한다. 그게 칭찬을 하면서도 질투하는 사람과 질투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 중 하나이다. 여기서 잠깐 동일시에 대해 짚어 보자면, 나 자신이 아닌 타인(혹은 집단)의 특성, 가치, 행동을 마치 내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즉, 상대방의 긍정적인 말이나 행동을 모방하거나, 친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들을 말한다. 특히, 자신이 상대방에게 느끼는 열등감을 낮추기 위해 상대의 사소한 말버릇이나 습관까지도 따라 하는 경우도 있다. 주로 작은 단어 하나까지도 따라서 사용하는 경우가 그렇다.
근래에 만났던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나의 상담사로서의 커리어를 칭찬하거나, 내 외모를 칭찬했던. 하지만 그들이 결국 질투심을 방어하고 있었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밖에 없었던 건.
내 외모에 대해 '예쁘다' 말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떨 때는 '피곤해 보인다', '좀 더 여성스럽게 꾸며보면 어떠냐'며 만날 때마다 평가를 하는 무례한 행동이 반복됐기 때문이며. 상담 이론에 대해서도 내가 설명한 내용을 자신이 반복해서 사용하며, 좋은 걸 배운 사람처럼 굴다가, 돌연 욱해서는. 내가 그 사람에게 어떤 심리학적 해석이나 이론을 언급하지 않았음에도. 자기에게 그런 말 하지 말라는 식으로 되려 나에게 화를 내는 기이한 행동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중에서도 진실로 자신의 질투심을 인지하고 이를 솔직하게 표현해 주는 고마운 존재도 있었기 때문이다.
"질투는 가장 무서운 감정이야."
가을의 어느 날. 교수님께 상담 사례 지도를 받던 중 배운 내용.
그 말씀을 다시금 회상하며, 바닥에 우수수 떨어져 결국 나무로부터 멀어진 나뭇잎들처럼. 인연이 끝나 작별한 존재들에 대해 더는 연연하지 않고자 한다.
나무도 나뭇잎도 한 몸처럼 붙어 있다 떨어졌으니 서로 안 아픈 구석이 있겠는가. 이제 남으로서 각자의 몫이 되었을 뿐이지. 성인으로서 각자 책임지면 그만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