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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고마워할 만한 일

나는 세상을 관찰한다

by 잇슈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 중에 하나는 상담실에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이 가장 건강한 상태라는 것이다.


청소년 상담으로 예를 들어보면 이렇다.

교내 Wee클래스 학교 상담실에 먼저 찾아와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이 처음에 상담에 왔을 때는 '스트레스', '우울', '불안' 등 자신의 상태의 이상함을 감지하고 찾아온다. 하지만 거의 모든 심리적 문제의 원인은 90% 이상이 '대인관계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도 자신의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다양한 부정적 정서로 인해 상담을 찾게 되는 것이다.


대인관계 문제란, 타인과의 관계 형성 및 유지, 즉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관계적 문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타인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을 뜻하기 때문에 부모도 타인이며, 대인관계 문제의 원인이 된다. 무엇보다 대상관계이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초기 애착 대상(어머니, 아버지, 조부모 등)과 형성된 유대감이나 관계의 패턴이 평생 타인과의 관계에서 반복' 되기 때문에. 심리상담에서는 가족에 대한 문제를 별개의 것으로 분리해서 치료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치료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에.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는 평소 나와 비슷한 사람과 주로 어울린다.

초록동색. 끼리끼리. 이 말은 가족치료 중 보웬의 자아분화라는 개념에서도 설명된다. 인간은 서로 자아분화 수준이 비슷한 사람 간에 관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즉, 나의 가족과 친구, 주변 인물들이 나와 비슷하게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다면, 나 또한 그들과 비슷한 상태이기 때문에. 내가 무엇이 이상한지 자기 객관화를 하기 어렵지만. 내가 그중에서도 좀 더 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라면, 내가 함께 있는 사람과 환경들 사이에서 '이상함을 감지하는 능력'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드는 건 '사회적 편견'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상담은 문제 있는 사람만 받는 것이다'라는 잘못된 편견의 시선이 있다. 그래서 상담실에 와서도 눈치를 본다. 때로는 부모로부터 혹은 주변으로부터.


'네가 무슨 문제가 있어서 상담을 받아?'


이 말 한마디에도 금세 움츠러들기도 한다. 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겉으로 티 내지 않을 뿐.


사실 '진짜 상담'을 제대로 받아본 사람들은 알고 있다.

심리상담이 단지 마음이 아파서만 받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자기의 내적 성장과 변화를 위해 받는 것이라는 걸. 무엇보다 다른 사람과 세상을 변하게 하기 위해서 버둥대던 과거를 넘어서서. 나 자신의 변화를 통해 나의 주변 사람들과 세상마저 달라지게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걸. 이에, 우리는 이 편견부터 수정해야 하는 게 시급하다.


그러니 만약. 당신의 곁에 누군가 상담을 간다거나, 상담을 가봐야겠다는 말을 언급한다면.


'응. 네가 필요하다고 느끼면 받는 거지.'


이 한 마디면 충분할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문제 있는 사람들도 상담을 받는 것도 맞긴 한데.

잘 생각해 보면, 그들은 주로 외부의 권유, 혹은 법적 강제 명령에 의한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만약 누군가 내게 심리상담을 권유했다면, 더 이상 망설이지 말고, 상담실에 찾아가 주면 고마울 것이다. 자신과 주변인들 모두에게.


그렇게 남들이 고마워할 만한 일 한 번 해보면 어떨까.

내가 좋아서 남에게 해주는 게 타인을 위하는 게 아니라, 타인이 원하는 걸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진실로 '누군가를 위해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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