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상을 관찰한다
나는 종종 주변에 심리상담을 받는 걸 권유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비슷한 반응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는 한다.
"그건 네가 상담사니까 그 말하는 거 아냐?"
그들이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거의 방어적 태도에서 기인한다. 어떻게 보면 내 추천을 가벼이 무시하는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이 말은 절반이 맞았고, 절반이 틀렸다. 맞춘 절반은 내가 상담사이기 때문에 전문가적 소견으로 상담을 권유했기 때문에 정답이고. 틀린 절반은 내가 단지 상담사라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 오랜 기간 동안 개인상담과 집단상담을 받아본 내담자였기 때문에 추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때로는 상담사의 전문성을 가장 무시하는 사람이, 그 상담사의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 지인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들은 내가 전문가로서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을 쌓은 과정에 대해서는 칭찬한다. 때때로 내게 전문가적 소견을 물어본 후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받아가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심리상담을 받아보라고 권유하거나, 본인들이 인정하기 싫은 발언을 들을 때는 위에서 나타난 것처럼 마치 '살짝 비꼬듯이' 내 소견을 분명하게 거부한다.
물론 몇몇 지인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내 전문가적 소견을 존중하고, 권유에 따라 행동한 후,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기도 하니까.
만약 내가 유명한 맛집 블로거나 미식가였다면, 혹은 의사나 변호사 혹은 다른 전문 직종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은 내 추천에 따라 한 번은 혹은 언젠가는 그 맛집에 가보겠다고 기뻐할 것이고. 의사나 변호사의 전문가적 소견을 들은 후 진지하게 자신의 질병이나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이 예시를 통해 뚜렷하게 대비될 만큼. 사람들은 자신의 육안으로 또는 명확한 통계나 수치로 확인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방어적이다.
여기서 더 재밌는 사실은. 아이러니하게도, 이건 일반인뿐만 아니라 동종 업계의 심리상담사나 관련분야의 예술치료사, 그 외 심리치유계의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이다. 같은 상담사 간에도 상담을 권유받았을 때 방어적으로 거부하는 상담사와 수용하는 상담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스스로 상담을 받아야 한다는 권유를 거부하는 상담사 혹은 치료사들. 과연 그들이 내담자의 문제를 올바르게 보고 깊이 있는 치료를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자신들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타인에게 권유하는 건 모순이지 않을까. 나는 그 부분에서 그들에게 한계가 나타나는 상황을 여러 번 목도했다.
심리학의 아버지 '프로이트' 조차도 강조했던 자기 분석의 중요성.
그건 다른 말로는 상담사의 내담자 경험인데. 프로이트는 초반에는 자기 분석을 치료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주장했었다. 하지만 결국 그 또한 치료사의 셀프 자기 분석의 한계에 대해 인정한 후, 반드시 다른 분석가를 통해 분석을 받아야 한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혼자만의 시선으로는 자기 자신을 객관화하는 데 한계가 있으니까. 나는 프로이트의 번복된 주장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가끔 어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나 치료사들이 자기 분석을 위해 타 전문가를 찾아가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과의 대화'를 한다거나, '명상'을 통해서 자기 분석을 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과연 그들은 타인을 통한 자기 분석을 얼마나 받은 후에 그 방법을 선택했을까, 그걸 더 물어보고 싶어지기도 하다.
권위적인 부모 밑에서 성장한 상담사가. 자신의 부모의 지나친 훈육과 억압적 태도에 대한 무의식적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경우. 청소년 내담자가 그 상담사를 찾아가서 부모의 권위주의에 대해 숨 막힌다고 어려움을 호소해도. 오히려 그 부모를 두둔해 주며, 내담자에게 역으로 상처를 더해주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는 것처럼.
상담사의 자기 분석도 곧 상담사의 자기 치유를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방어적으로 거부하고 밀어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기 치유를 위해 글쓰기를 하고 명상을 하고, 여행을 가거나, 취미 활동을 찾아다니는 걸 기꺼워하듯이. 심리상담도 그와 같이 두터운 장벽이 점차 낮아지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좋은 상담사를 찾는 방법으로 추천하는 것 중 하나는.
"선생님도 상담받아보셨어요?"
이 질문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당신의 상담사가 당신처럼 내담자 경험이 있다면, 당신을 도와주는 데 더욱 도움을 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