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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taraxia May 08. 2024

지게차로 제2의 인생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지게차운전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하다!

회사에 다니면서 내일 배움 카드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 않다가 적은 비용으로 도전할 수 있는 자격증을 알아보았다. 현대는 물류의 시대이기도 하고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하나 가지고 있으면 쓸모없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토일 주말반을 등록했다.


학원이 경기도 외진 곳이라 집에서 35km나 멀리 있다. 왕복 70km라니 만만치 않은 거리다.

내일 배움 카드는 출석률이 85%가 넘어야 학원비를 지원해 준다. 대충 다닐 수 없는 구조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거다. 2개월 동안 주말은 없다.


다양한 분들이 수업의 오리엔테이션을 듣고 지게차의 구조에 대한 강의를 들으며 시작했다.

퇴직하고 오신 어르신들, 이직을 준비하는 젊은 친구들...

40~50대 중장년들의 국가자격증 1위가 지게차라고 하더니 한 반에 12명이나 된다.


첫 수업의 서먹함은 두 번째 날부터는 찾아볼 수 없다.

현역 때 잘 나가던 시절을 이 사람 저 사람 붙잡고 이야기하시는 60대 어르신을 보면서

그동안 많이 외로우셨나 보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 그것도 미덕이긴 하지만

반복되는 레퍼토리는 이어폰을 꺼내 꽂게 한다.


점심은 내부에 식당이 없어 근처의 편의점이나 식당을 이용한다.

나는 간단하게 집에서 도시락을 준비해 가서 먹고는 차에서 낮잠을 한숨 잔다.

지게차의 새로운 작동법이 여차하면 크게 다칠 수 있는 기계라 사뭇 긴장이 돼서 그런지 피곤하다.


휴게실에는 주변물류센터의 모집공고가 붙어있다.

'주간 275만 원, 야간 295만 원' 8시간 근무, 새벽수당, 한 시간 휴식


50대에 대부분 퇴사를 하게 되는데 동종업계로 이직을 하기는 어렵다. 아니 안된다.

그래서 창업을 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회사에 다닐 때나 부장이고 이사지,

밖에 나오면 그냥 중년의 아저씨다. 녹록하지가 않다.


주말을 반납하며 2개월 동안 열심히 배웠다.

그리고 국가자격증 '지게차운전기능사'를 단 한 번에 따냈다.

합격률은 60% 정도이다. 자칫 실수를 하거나 시간이 오버돼서 떨어지는 분들이 있다.

재도전을 하지 않게 되어 다행이다는 생각을 하면 시험장을 나섰다.


이 지게차가 내 제2의 인생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물류센터에서 물 흐르듯 지게차로 대형박스들을 나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지만 도저히 자신은 없다.

이 자격증은 그냥 나이는 먹어가고 마음 한구석의 공허함을 채우기 위한

나만의 위안과 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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