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동 헤어숍에서 커트하던 아저씨의 동네 미용실 찾기
나는 한 달에 한 번은 커트를 해야 하는 헤어스타일을 10여 년 넘게 고수하고 있다.
곱슬머리라 스타일링하기도 쉽지가 않고 장마철이라도 되면 부스스한 머리 때문에
외출도 꺼릴 정도다. 그래서 좀 짧게 투블록으로 쇼트커트를 한다.
그동안 2~3년은 청담동에 있는 헤어숍을 다녔다. 원래는 삼성동에 프랜차이즈 헤어숍을 다녔는데
나를 2년정도 담당한 실장님이 청담숍으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나도 청담동 헤어숍을 다니게 되었다.
이상하게 미용실은 자주 담당디자이너를 바꾸기가 쉽지 않다.
내 두상의 형태나 스타일링을 잘 아니 갈 때마다 주문을 할 필요도 없고 이런저런 깊지 않은 사적인 이야기도 나누고 하며 친밀감을 쌓아가니 더욱 그렇다.
그러다 출장이 잦아지고 정기적으로 한 곳에서 커트를 하기가 힘들어지면서
내 시간에 맞춰 커트를 하기가 여의치 않았다.
그래서 올해는 출장지의 헤어숍이나 동네미용실을 용기 내서 가보기로 했다.
요즘은 동네 미용실도 예약을 해야 가능하다.
그래도 내 시간에 맞추기는 수월한 편이라 가까운 헤어숍을 찾았다.
처음 가는 미용실에선 손님과 디자이너 둘 다 서먹하다.
'단골 미용실처럼 내 스타일대로 커트해 줄까?'라는 나의 기대감과
'이 손님 처음인데 어떤 스타일로 해줘야 하지?'라는 디자이너의 고민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적당히 커트해 주세요'라고 말하고 눈을 감는다.
10여분 가위소리와 바리깡이라 불리는 기계음만 요란하다.
'샴푸 해드리겠습니다'라는 말에 눈을 뜬다.
커트하고 샴푸하고 드라이(말려만 줌, 스타일링 없음)까지 20여분이 걸린 것 같다.
가운을 입혀주고 샴푸를 하며 시원하게 두피마사지를 해주고 마지막 드라이 스타일링까지 완벽하게 해주는
청담동 헤어숍에 비하면 인테리어부터 서비스는 못미치지만 대신 가격은 저렴하다.
'그래 이 가격에 이 정도면 만족해야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용실을 나섰다.
한 달에 한 번은 해야 하는 커트인데, 아무 데서나 하면 어때, 내가 뭐 꽃미남도 아재도 아니고...
그 동안 고급진 서비스를 받으며 머리를 깎는 사치를 누리는 것은 이제 그만하자.
누가 나의 헤어스타일을 들여다 본다고 배나온 중년의 아저씨를...
집 주변엔 미용실이 참 많다. 다음엔 동네의 다른 미용실을 가봐야겠다.
이 많은 동네미용실 중에 내 스타일을 잘 아는 미용실 하나 없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