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결혼을 앞두었던 10년 전, 둘이 같이 있는 것이 그저 좋았고, 결혼을 통해 이 사람과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더하여 결혼준비가 아닌 결혼식 준비로 온 신경이 집중되어 있던 때이기도 했다.
결혼 전에는 미처 깊이 깨닫지 못했다. 인생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공부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공부인 것을.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 입시를 위해 수년간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취업을 위해서 스펙을 쌓고 다양한 경험까지 갖춘 소위 '인재'가 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온다. 그러나 정작 '결혼'과 '가정'에 대한 공부나 준비는 그렇게까지 신경 쓰지 않는다. 오히려 '결혼하면 저절로 알게 되겠지' 혹은 '둘이 알아서 잘 살아가면 되지 무슨 공부까지.'등의 안일한 태도를 취한다. 물론 나도 결혼 전에 결혼공부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고 결혼 이후에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크게 바뀔 수 있는지에 대한 예상을 감히 하지 못했다.
'결혼식' 말고 '결혼' 공부
예비부부는 길게는 1년 이상, 짧게는 몇 개월간 '결혼식'을 준비한다. 예식장 예약부터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정하고 신혼여행지 결정, 청첩장 준비 등 디테일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실로 많은 것이 사실이다. 파일로 정리된 결혼 선배들의 '결혼준비 체크리스트'를 얻을 때는 천군만마를 얻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나 역시 수개월동안 이어진 결혼준비, 아니, '결혼식' 준비에 온 힘을 다 했던 기억이다. 좋은 점이 있다면 워낙 바쁘고 신경 쓸 일이 많으니 저절로 다이어트되는 효과랄까.
결혼준비 기간 동안 예비신랑과 예비신부 두 사람의 의사결정이 수십 차례 필요하고, 양가 부모님의 의견까지 조율하며 꿈만 같은 '웨딩 데이'를 위해 전력질주하는 커플들이 많다. 이렇게 온 에너지를 집중해서일까? 웨딩 예식이 끝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 후의 우리 부부의 삶, 그다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아 조금은 막막했던 기억이다.
결혼 예비학교? 뭐 하는 곳이지?
10년 전 남편과 결혼은 얼마 앞둔 시기에 우연히 교회 '결혼예비학교'에 참석했다. 매주 토요일 3주간 5시간씩 참석해야 하는 어찌 보면 빡빡한 스케줄이 인상적이었지만, 들어두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주저 없이 신청했었다. 우리 교회에서 주최하는 '결혼예비학교 1기' 모집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주시는 인상도 받았다.
3주간의 짧은 시간 동안 '결혼'과 '가정'이라는 대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지만, 성경적 결혼과 가정의 의미에 대해서 배우는 것은 우리 부부에게 선물 같은 시작점이었다.
결혼예비학교 운영단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의사소통, 부부간의 성, 부부 재정 등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맞닥뜨릴 현실적인 문제를 결혼선배이자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짚어주는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어 있다. 쉽게 말해 결혼예비학교는 결혼에 대한 이정표를 찾아주고 예상되는 문제들을 미리 점검, 예방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며, 주로 교회와 기독단체에서 오랜 시간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내가 섬기는 교회처럼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도 있고 두란노나 갓피플 등의 결혼예비학교도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다. 요즘에는 비단 기독단체뿐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활발히 결혼예비학교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하니 비혼과 비출산이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지는 시대에 '가정'에 대한 케어가 절실하다는 사회적 합의에서 나온 결과이리라 짐작해 본다.
크리스천 결혼예비학교는 뭐가 다르지?
최근 3주간 우리 교회 결혼예비학교에서 조장으로 섬길 기회가 있었다. 1기 수료생으로서 이번에는 조장을 맡아 감회가 새로웠다. 10년 전의 나와 남편이 그랬던 것처럼 알콩달콩한, 보기만해도 웃음이 나는 예비부부들이 참석했다. 그들과 강의를 함께 듣고 배운 내용을 나누고 나의 성공과 실패담(?)을 나누기도 하며 유익한 3주간을 보냈다.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 창 2:24
위에 적힌 창세기 말씀처럼 성경적인 결혼이 무엇인지를 시작으로, 성경적 원리 안에서 결혼의 가치를 깨닫고, 서로를 배우고 깊이 있게 나누는 시간으로 가득 찼다. 물론 비기독교인 참석자들도 있었지만 결혼이라는 중대사 앞에 겸손하게 배우려는 태도로 성실하게 함께해 주어 감사했다.
재밌는 것은, 스텝으로 참여했던 남편과 나 모두 10년 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은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미 경험해 본 자의 여유일 수도, 잘못 선택했던 일들에 대한 처절한 오답노트와 반성의 계기였을지도 모르지만 결혼 전에는 이해하기 힘들었을 법한 깊은 공감대를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남편과 나의 노트에는 참석자들보다 더 많은 메모로 가득했다. 10년 결혼생활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해두자.
앞으로 20년, 30년, 그리고 그 이상 우리 가정과 남편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이 참 많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우리 가정의 머리 되시는 그리스도 안에서 남편과 아내로서 서로 사랑하며 연합할 때, 이미 허락하신 가정의 복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더 나아가 도움이 필요한 예비부부 혹은 신혼부부들을 선배의 입장으로 도와주는 일도 매우 보람찬 일이 되리라고 본다.
끝으로 '결혼예비학교'에 더 많은 예비부부들이 참여하여 자신과 가정을 살리는 '결혼공부'를 제대로 시작할 수 있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