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그렇게 안으면 안되지! 뒷목을 받치라니까!" "땅에 떨어진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면 어떻게 해!" "애기 잘 때 조용히 좀 해줘. 제발!"
어느덧 13개월이 된 아기를 주말에 종종 맡길 때도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남편의 육아가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바로 오늘 그것이 매우 잘못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우선 남편은 화를 안 내는 사람이다. 아니, 사람이니 화는 당연히 나겠지만 그 대상이 어린 아기고 어린 아기는 울고 짜증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아이의 진상 아닌 진상(?)을 모두 받아준다.
사실 헬육아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머리로는 백번천번 이해해도 실천에서 무너지는 것이 바로 육아다.
나 또한 오은영 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며 '아이는 무조건 사랑으로 보듬자.', '아이는 꽃으로도 때리지말자.' 매일같이 무한 다짐을 한다. 하지만 기분을 다 맞춰주고 상냥한 웃음으로 재미있게 놀아주려 해도 이래도 싫다, 저래도 싫다 하는 아이의 짜증, 진상, 징징 콤보와 마주하다보면 점점 분노 게이지가 차곡차곡 쌓여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요즘은 아이에게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하는 내 자신이 스스로 너무 한심하게 느껴지고 싫어서 그럴 때에는 아이와 조금 거리를 둔다. 다른 방에 가서 마음을 좀 다듬고 온다던가, 심호흡을 한다던가.
나는 예전부터 아이의 짜증섞인 울음소리에 매우 예민하고 민감하다. 누가 징징대는 소리를 좋아하겠냐마는, 아이가 짜증을 내거나 울면 '그랬어?' 하고 받아주는 남편에 비해 나는 그 소리를 들으면 처음에 몇 번은 받아주다 슬슬 짜증 게이지가 올라오고 심지어 두통이 온다.
요즘 내가 육아를 하며 가장 힘든 부분은 '밥 먹이기'다. 뭐든 잘먹는 아이를 둔 부모는 결코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안 먹는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분노와 피 마름의 반복이다.
돌이 지난 아이는 어른처럼 똑같이 밥 세끼를 먹어야 하는데, 한 끼를 먹이는데 1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그마저도 꿀떡꿀떡 잘 받아먹느냐? 한 입을 먹이는데 왜 이리 힘든지.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요리조리 피할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거리는 느낌이 든다.
정성 가득한 음식들을 만들어 주었는데, 한입도 먹지않고 악쓰며 음식을 던져버리는 아이를 보면 화가 났고 점점 의욕이 사라졌다.
'그냥 굶겨.'
내가 이러한 고민을 이야기하면 주변에 결혼하지 않은 지인들은 이렇게 쉽게 이야기한다.
하긴, 생각해보면 나도 아이가 없던 아가씨 시절, '안 먹으면 굶겨서 버릇을 고쳐버려! 왜 밥을 먹어달라고 사정을 해? 이해가 안가!' 하고 따라다니며 먹이는 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굶겨서 배가 고픈 순간 아이의 짜증은 몇 배로 늘고, 잠도 제대로 자지 않는다. 그 말은 안그래도 힘든 육아가 더 힘들어진다는 뜻.
게다가 우리 아이는 정말굶겨보았다가 살이 1킬로 가까이 빠진적이 있다. 10킬로밖에 나가지 않는 아기에게 1킬로그램은 결코 적지 않은 수치다. 심지어 지인의 아이는 너무 안 먹어 저혈당이 오는 바람에 병원에 가 그 작은 몸에 링거를 맞고 온 일도 있었다. 이런 일이 있다보니 나는 아이가 음식을 거부할 때마다 정말 피가 마르는 느낌이 든다.
그런데 남편은 이런 순간에도 아이에게 절대로 화를 내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는다.
남편은 감정이 없나? 궁금해지려던 찰나, '아차!' 하고 간과했던 부분이 생각났다.
아이의 짜증보다 더더더더더더더 힘들고 지x맞은 내 성질을 몇 년째 받아주고 있구나. 내성이 생겨 아이의 짜증 정도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걸까..
아이에게 밥을 먹일 때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한입도 안먹고 심지어 밥그릇을 집어던지는 아이를 보면 난 두통이 오고 화가 너무 나는데 비해, 남편은 그 모습이 귀여운지 '이러면 안 되지.'하고 짧게 주의를 주고서는 웃음을 터뜨린다.
밥그릇을 던져 엎어버렸는데 웃음이 난다고?
난 도저히 그 레벨까진 갈 수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오늘은 남편의 육아를 결코 만만하게 봐선 안되겠다 다짐한 날이다.
어쩌면 아이에게 불안을 주는 나보다, 아이의 서툰 부분 그 자체를 이해하고 성장 과정을 그대로 사랑해주는 당신에게 배울점이 더 많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