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살기 8일차, 귤 모자 뜨개 원데이 클래스
꿈이 많다는 것은,
당신의 정체성이자 삶이 될 거라고,
당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모든 것이 되는 법 중-
*MULTI POTENTIAL LITE (다능인)
여러 관심사와 활동 분야를 폭넓게 아우르는 사람
귤 뜨개 모자 원데이 클래스를 수강하러 갔다.
제주도 한 달 살기를 계획할 때쯤부터 미리 예약해 놓았던 수업이다.
사실 귤 모자야 제주도야 지천에 널려서 팔기 때문에 그냥 하나 사면 되지만...
왠지 한번 배워두면 또 써먹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감과.. 이것 저것 배워보기 좋아하는 나의 성미가 앞섰다.
원데이 클래스 수업엔 제주도로 신혼여행을 온 신혼부부와 나
이렇게 셋이 마주 앉았다.
소싯적, 목도리를 떠 보겠다고 대 바늘 몇 번 잡아본 깜냥이 있어서인지
코바늘은 배워본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 속도가 쑥쑥 나왔다.
“코바늘 배워보셨어요? 실 볼 줄 도 알고 속도도 빠르시네요.”
선생님의 칭찬에 난 또 기고만장해서 흥이 돋았다.
앞에 앉은 새신부께서는
“나는 왜 이렇게 진도가 안 나가지.. 내가 제일 느려” 라며 부끄러워하셨고
새신랑은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시간 많아” 라며 그런 신부를
귀여운 듯 다독였다.
꽁냥 꽁냥. 사랑........이 샘솟는...교실이었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속도라도 지지 말자.
손이 더 빨라졌다...................... 파파파박..
한참을 집중해서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을 때
나 좀 재능 있는 거 같은데,
손뜨개 모자 사업에 도전해볼까. 잠시 잠깐 망상에 빠졌다.
나는................. 늘 이런 식이다.
나는 집중력이 짧다.
반대로 말하면
하고 싶은 게 많다. ,
왜냐하면, A를 하다가 B가 생각나면 B를 해야 하거든.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은 욕심장인.
어렸을 때부터 공부 머리가 뛰어난 건 아니었는데
잡기에 능 했다.
전기회로에 인두질하는 것이 재밌어서
집에서 라디오 만들기 키트를 완성하기도 했고,
교내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탔다.
여자아이 중에선 유일했다.
글짓기 대회도 나갔고, 웅변대회에도 나가 상을 탔다.
체력장에서 오래 달리기를 하는데, 당시 유도부였던
친구 다음으로 기록을 세웠고
수학여행을 가서 장기자랑에 나가기도 했다.
이것저것 도전해보고 싶어 했고
그렇다고 그걸 엄청나게 못 하는 것도 아니었다.
적당한 재능과 미약한 끼를 바탕으로
뭘 하던 1등은 못해도 중간은 갔다.
그렇다고 해서 천재를 이기는
노력형 인재가 될 생각은 못 했다.
그냥저냥, 이것 저것 소소하게 즐기며
그 순간순간 반짝임을 기뻐하곤 했다.
누군가는 이런 나를 꾸준함이 없다고 바라볼 것이고
무엇을 하나 콕 집어 성장시키기엔 애매한 재능만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도 그런 나를 늘 참 '애매한 사람' 이리고 생각해왔다.
정말 바쁘게 살 던 어느 날
내가 몇 개의 직업을 소화할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승무원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일하며
자기소개서 첨삭도 하고,
마케팅도 담당하면서 학원의 전반적인 운영을 했다.
이것만으로도 어쩌면 엄청난 일 아닐까.
여기에 더불어
AIRBNB를 운영하는 슈퍼 호스트로서,
게스트들을 맞이하고 청소도 직접 했다.
또.. 나는 한 달에 한두 번씩,
박물관에서 도슨트를 진행하며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또.... PICASS라는 클래식 음악단체에 소속되어 음악회 내레이션도 담당하고 있고
또............ 나는 아마추어 성우로서 얼마 전엔 오디오북 오디션에 당당하게
1등을 차지해 오디오북 녹음을 마쳤다.
굳이 조금 더 덧 붙이자면 오페라 음악회의 사회를 보기 위해서
지방으로 다니기도 하며 오페라 공부에 매진하기도 했었다.
또.............................. 나는 지금 소소하게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작가다.
사실 말하는 것과 글 쓰는 것이 주로 관련된 일들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가지 일에 메여 있기보다 다양한 것들에 도전하고
즐기는 편이다.
“도대체 평생 뭘 먹고살려고 이것도 찔러보고 저것도 찔러보는 걸까.”
그런 내게 우연히 다가 온 책이 한 권 있었는데
바로 <모든 것이 되는 법 –에밀리 와프닉>이었다.
저자는 하나만 고를 수 없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정체성이자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유난히 관심사가 많고 다재다능하며 나름의 열정도 있으나 크게 이뤄놓은 것은 없고, 천직을 찾아 헤매지만 한 가지만 파기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들, 혹은 지금껏 하나만 열심히 파왔는데 어째서 삶은 만족스럽지 않을까 허무했던 사람들에게 이제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개념들로부터 벗어나 내면에 잠재된 다양한 힘들을 다시 발견하고 열정을 희생시키지 않고도 풍요로운 삶을 가꿔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모든 것이 되는 법 > 책 소개 중 -
이 책에선 나와 같은 사람을
멀티 포텐션 라이트, 다능인 이라고
정의한다.
사실 자기 계발서 같은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승무원 지망생들을 가르치는 동안 다양한 심리학 용어나 트렌드를 알고 있는 것이
도움이 되었기에 읽게 된 책이었다.
뭐 하나 꾸준한 것 없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삶을 살아온 내게
당신은 다능인이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위로가
참 감사했다.
뜨개 모자를 뜨며 또 애매한 재능을 칭찬받았다.
그래서 잠시 잠깐 뜨개모자 사업을 한번 해볼까
재미있는 공상에 빠졌던 나는.
절대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사람이 아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그래서 행복한
‘멀티 포텐셜 라이트, 다능인’이다.
한 달 동안 제주도에 머물면서 떠오른 생각들, 여행일지들을 기록합니다.
한 달 살기를 지켜보고 싶으시다면 구독과 라이킷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