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콜링》 리뷰
캣콜링
저자 이소호
출판사 민음사
출간일 2018.12.19
페이지 168
시집에 수록된 첫 시를 읽었을 때, 호러 테마 귀신의 집 입구에 들어선 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경하고 겁나지만 궁금해서 더 가 보고 싶은 느낌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불쾌하고 기괴한 감각이 곤두섰다. 그도 그럴 것이 시집이 폭력 그중에서도 성적 폭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성적 폭력이란 비단 성희롱이나 성폭력같은 범죄로 분류되는 행위뿐 아니라 가부장제, 가족공동체에서의 성별 역할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을 포괄한 광의적인 관점의 성적 폭력을 의미한다.) 피해자로서의 여성, 가해자로서의 남성으로 이분화하는 익숙한 구조를 예상했는데 보기좋게 빗나갔다.
1부에 실린 시들은 가족 관계 속에서의 성적 폭력 상황이 그려져 있다. 불쾌하고 기괴한 감각은 여기서 기인했다. 언니를 향해 맞아야 말귀를 알아듣는 거 같다고 말하는 동생이나 엄마를 향해 사정을 하는 딸 등이 시적 화자로 등장한다. 불편한 감각을 일부러 끄집어 내는 시는 지금까지 많았지만 성적인 폭력을 가족 내에서 여성 가해자를 내세워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이 낯설었다. 이 낯섦이 불쾌함과도 연결된다. 미지는 무섭고, 무서움의 낌새를 불쾌함으로 먼저 인지하므로. 1부는 이 낯섦을 영리하게 배치했다는 인상이 컸다.
‘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인 경진이의 탄생’이라는 제목이 붙은 2부에서는 그나마 익숙한 가해자-피해자 구도에 놓인 시들이 배치되었다. 시집의 제목 《캣콜링》에서 짐작 가능한 메시지와 가장 비슷한 내용이 담겼다. 대신 형식적인 변주를 주어서 임팩트를 주었다. 2부 마지막 시인 <사과문>은 웃음이 날 정도였다. 본인 시의 파격성을 사과하는 듯한 내용을 유명 인사들의 ‘영혼 없는 형식적인 사과문’ 형식으로 쓴 데에서 만들어지는 풍자성, 아이러니함이 재밌다.
인격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봐도 무방한 가족을 폭력적이고 자극적으로 그린 것이 불편한 한편, ‘가장 사적이고 보편적’으로 행해져 오던 폭력이 존재함을 지금까지 공적으로 꺼내지조차 못했음을 깨닫는다. 불편함 자체가 이 시집이 말하고자 하는 바다.
이 시집이 세상에 나온 것이 2018년이니 6년이 지난 지금, 안타깝게도 상황은 그리 나아진 것 같지 않다. 여전히 성적 폭력은 공기처럼 존재하고 이 시집의 내용이 ‘예전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나의 유일한 망설임은 오직 이 시집이 너무나 시의적절하다는 데에 있었다’는 김수영 문학상 심사평에서 말하는 이 시집의 시의적절성은 아직도 유효하다. 통탄스럽게도.
불편하고 불쾌한 현실을 외면한다고 없어지진 않는다. 오히려 공기처럼 당연하게 존재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 끄집어 내고 불쾌함과 직면해야 한다. 《캣콜링》은 우리 사회의 섹슈얼리티적 폭력성을 직면하는 테마파크 같았다. 시집을 펼치는 순간 뚜렷한 콘셉트의 테마 파크에 들어섰을 때의 공기의 변화를 느꼈다. 언어로 극한의 심상을 만들어낸다는 측면에서 시를 바라봤을 때, 아주 성공적인 테마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