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았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영화는 줄곧 인연과 순환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익숙함’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그 ‘낯섦’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을 포착해 그려낸다. 끊어질 듯 이어져가는 감정들이 교차하는 몇몇 장면에서는 목울대가 뜨거워졌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일상적인 대사가 저녁노을처럼 가슴에 번지거나 정오의 태양처럼 마음속에 내리꽂히는 경우가 있다. 뉴욕의 한복판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만남의 순간, 해성은 그 서먹함을 덜고자 노라에게 아직도 많이 울곤 하냐고 농담을 건넨다.
노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잇는다.
“근데....내가 울 때마다 네가 항상 옆에 있어 줬잖아!”
그저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것, 12살의 노라에게 해성은 그런 존재였다.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 떠나왔던 당찬 노라의 모습은 더 이상 없다. 그러나 쉽지 않았을 이민자로서의 삶을 온전히 지탱해 준건 그러한 지지와 공감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엔딩자막이 올라가며 영화는 내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그 한 사람이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