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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광 Mar 12. 2024

낯섦과 익숙함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았다.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영화는 줄곧 인연과 순환의 의미에 대한 생각을 담아낸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익숙함’이 낯설게 느껴지거나 그 ‘낯섦’이 익숙하게 다가오는 순간들을 포착해 그려낸다. 끊어질 듯 이어져가는 감정들이 교차하는 몇몇 장면에서는 목울대가 뜨거워졌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일상적인 대사가 저녁노을처럼 가슴에 번지거나 정오의 태양처럼 마음속에 내리꽂히는 경우가 있다. 뉴욕의 한복판에서 그토록 갈망했던 만남의 순간, 해성은 서먹함을 덜고자 노라에게 아직도 많이 울곤 하냐고 농담을 건넨다.

노라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잇는다.


“근데....내가 울 때마다 네가 항상 옆에 있어 줬잖아!”




그저 언제나 옆에 있어 주는 것, 12살의 노라에게 해성은 그런 존재였다.

24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노벨문학상을 받기 위해 떠나왔던 당찬 노라의 모습은 더 이상 없다. 그러나 쉽지 않았을 이민자로서의 삶을 온전히 지탱해 준건 그러한 지지와 공감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다.     


영화의 엔딩자막이 올라가며 영화는 내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그 한 사람이 있는가? 

나는 누구에게 한 사람이 되어 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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