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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목 Aug 05. 2022

그저 바람

어둠, 흙, 식물의 뿌리의 내음이 몸으로 스며

자리하던 곳에 수 많은 생명의 양분을 남기고 사라질

세상 모든 것들을 등지는 것을 생각한다


사도세자의

홀로 입관하던 모습을 그리며

그 안에 그가 아닌 내가 누워있음을


혼을 잃어버린 삶을 잃어버린

삶의 길을 잃어버린

내가 누워있다


에워싸는 나무의  사이로 바람이 속삭인다.

“우리 아들”

아, 어릴 때 들었던 소리가 잊혀지지도 않고 들려오누나

잊어 버리고 싶었던 그 소리가 삶의 끝까지 쫓아 오는누나


달아나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바람을 타고,

잔잔하던 바람에 바람을 얹어 거세게 몰아쳐

내 몸을 가벼이 만들어 낸다


살은 양분이 되고 뼈는 먼지가 되어 흩날린다

모든 것들을 나누어 주고 바람이 되면

그 무엇도 쫓아오지 않으려나 그저 바람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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