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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리우스 Apr 04. 2024

일탈 그리고 여행




춤을 추다 스텝이 꼬였을 때 최고의 방법은 우선 그 자리에 멈춰서는 일이다. 반대로 스텝이 엉망이 됐는데 새로운 스텝을 밟는 건 말 그대로 엄청난 모험이자 도박이다. 성공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스텝이 꼬였을 때 일탈을 꿈꾼다. 특히 일상을 탈출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나는 살면서 문제가 생기면 나만의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스타일이다. 문제에 매몰되어 다른 것들은 도무지 신경 쓰지 못한다. 그래서 인생이 꼬였을 때 여행은 꿈도 못 꾼다. 내게 여행은 모든 상황이 HAPPY 하고 PERFECT 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인지 살면서 여행을 많이 가보지도 못했고 여행의 정취를 모르니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나와는 반대로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문제를 뒤로 하고 여행을 떠나고 엉망진창이 돼버린 삶을 정리하고 돌아온다. 여행을 다녀오고 나면 삶의 꼬인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많은 사람이 그렇게 하고 있다면 나의 방법이 틀릴 수도 있다는 반대 논리가 생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는데 어떻게 여행을 가고 새로운 세계를 감탄하고 휴식을 즐기고 맛있는 걸 먹을 수 있을까? 만약 누군가 문제로 힘들어하는 나를 억지로 여행 보낸다면 나는 숙소바닥에 엎드려서 하루 종일 숨어있을 것 같다.


인생을 여행이라고 한다. 여행에는 새로 맞닥뜨려야 할 수많은 문제들과 변수들이 곳곳에 숨어있다고 한다. 때로는 실패하고 실수하고 실망해서 여행을 엉망으로 끝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이대로 여행을 망칠 수 없다며 남은 여행을 최고로 즐기며 더욱 멋지게 만들어 나간다. 나에게 인생은 무엇인가? 끝없이 쏟아지는 문제에 파묻혀 어두컴컴한 동굴 속을 헤매는 게 인생인가? 아니면 계속되는 문제더미 속에서 때론 평생에 걸쳐도 풀지 못하는 문제들이 있음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굴밖을 벗어나 세상을 만끽하는 게 인생인가?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을 때가 있다. 내가 만들어놓은 한계선 밖으로 한 발자국만 내딛어도 산산조각이 날 것 같아 주저앉아 버리고 숨어버린다. 그럴 때 누군가는 겁도 없이 벼랑 끝에서 한 발자국을 내딛는다. 추락할 것 같지만 멋진 날개가 펼쳐지고 바람을 타고 비행한다. 나의 인생의 벼랑과 한계 앞에서 한걸음을 내디뎌보는 일탈을 꿈꿔본다. 그제야 비로소 내게도 날개가 있었음을 알게 될 것 같다. 나도 한 번은 인생이란 여행에서 날갯짓을 해볼 수 있기를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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