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아는 동생이 대장내시경을 수면으로 하지 않고 비수면으로 받았다고 들었다. 키가 190cm 정도 되고 차승원을 닮은 패셔너블한 B형 친구다. 비수면 대장내시경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대장검사는 수면으로만 받는 줄 알았다. 비수면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기에 대장내시경이 항문에 들어가는 일도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위내시경은 비수면으로 해본 적이 있는데 목구멍 안으로 카메라 케이블을 넣으니 격한 헛구역질을 참느라 괴로웠다. 검사관 삽입을 몇 번 실패한 후 겨우 검사를 통과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수면상태에서 카메라가 목구멍에 들어갈 때는 헛구역질을 안 할지 궁금하다.
수면대장내시경을 할 때 프로포폴 같은 진정제 약물을 쓰면 반수면상태 같은 몽롱한 상태가 된다. 프로포폴은 일반적인 진정제와 달리 뇌에서 기분을 좋게 하는 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마약류처럼 의존성과 남용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재벌 2세들이 의료 진료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반복적으로 투여한 사례들이 보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1년부터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고 철저하게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프로포폴의 작용으로 인해 어떤 환자는 수면대장내시경을 받을 때 기분이 좋아진 무의식상태에서 검사 내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랄라라 랄라라 랄랄라라 랄라라 랄라라 랄랄라라"
꿈나라로 날아가서 얼마나 신나게 놀았을까? 항문에 대장 내시경 카메라가 삽입된 상태에서 검사 베드에 누워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상상하면 재미있다. 그 사람은 노래를 불렀지만 다른 피검자들은 저마다 자신의 인생의 하이라이트, 즐거웠던 기억들, 놀라운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그들만의 휘황찬란한 신비한 모험의 세계를 즐겼을 것이다. 다만, 깨어나면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는 게 문제지만 말이다. 대장내시경 검사실을 떠올리면 여러 분비물들로 지저분할 것 같았지만 의외로 코믹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이 가득할 것 같다.
짝수년생이라 올해 건강검진을 받아야 한다. 올해도 두 달밖에 안 남았다. 수면이 아닌 비수면으로 위, 대장 내시경으로 받아볼까 고민하고 있다. 비수면 대장내시경을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한데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공부는 엉덩이로 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항문에 연필이나 샤프를 꽂고 공부를 하는 거냐고 친구와 장난을 쳤던 기억이 있다. 책을 펼치고 엉덩이에 꽂은 펜으로 줄을 쳐가며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항문에다 무언가를 넣는 것은 항문구조상 굉장히 안 좋다고 한다. 항문은 배설을 목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몸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배출되기에 적합한 구조와 형태를 갖고 있다. 그런데 정상적인 방향이 아닌 반대방향으로 삽입을 하게 되면 항문 구조를 역행하기 때문에 항문근육에 상당한 무리를 준다. 그런 이유로 남성 동성애자의 항문에 심각한 훼손이 있다고 한다. 항문 성교를 위해 우리나라에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항문을 늘리는 기술자가 있다고 들었다. 그렇게 늘어난 항문은 기능적으로 영구손상되어 변이 새어 나오는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진다. 변실금이 생기면 생활에 큰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각종 간염성 질병에 노출되게 된다. 항문성교를 통해 항문이 망가지고 HIV 바이러스 같은 죽음의 바이러스의 감염위험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파괴해서는 안된다.
대부분의 호텔에는 호스로 된 샤워기가 없고 천정에서 물이 나오게 되어있다. 그 이유가 특정 남성 동성애자들이 샤워기 헤드를 돌려서 제거한 후 항문에 삽입하여 호스의 수압을 이용해 항문을 세척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게 사용된 샤워기를 제대로 세척하지 않으면 다음 투숙객이 HIV 바이러스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샤워기 호스를 설치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 얘기를 듣고 나서는 호텔 같은 숙박시설에 갔을 때 호스가 달린 샤워기가 있더라도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는다. 사용하더라도 분리가 되는 샤워기인지 철저히 확인한다.
항문 전문의가 항문 관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항문은 입술과 같다고 표현했다. 공감되는 말이었다. 입술피부를 관리하듯 항문피부도 부드럽고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고 했다. 깨끗이 닦기 위해 항문 피부를 심하게 마찰하듯 오랫동안 닦으면 안 된다고 했다. 어차피, 방귀 한 방이면 안에 있는 변이 가스로 나와 옷에 묻기 때문에 겉표면을 아무리 닦아도 큰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군에 있을 때 군병원에 입원을 한 적이 있다. 그때 장교인지 부사관인지 병실을 담당하는 직업군인이 어떤 환자들을 부를 때, '마후라 환자'들이라고 했다. '마후라' 환자가 뭘까? '마후라'는 자동차 배기구 머플러의 한국식 발음이다. 자동차 배기통이라면 항문을 말하는 건가? 추측컨대 항문환자, 치질환자를 '마후라' 환자라고 칭했던 것 같다. 직접 물어보진 못해서 확실치는 않다. '마후라' 환자라고 부르는 건 창의적인 것 같지만 중요한 신체 장기를 비하하는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
공부는 엉덩이로 하라는 말을 엉덩이도 공부해야 한다는 말로 바꿔 말하고 싶다. 입술은 밥도 먹고 말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숨을 쉬지만 항문은 뒤에 숨어서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감내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 배변의 시간을 나만의 항문의 시간으로 바꿔보자. 이제는 좌변기에 앉아서 스마트폰 같은 다른 일을 하지 말고 항문의 소리에 귀 기울고 항문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