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부부 (Encore Booboo)

Prologue. 긴 여정의 시작

by 김제이


내가 애정 하는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미치게 설레던 첫사랑이 마냥 맘을 아프게만 하고 끝이 났다.
그렇다면 이제 설렘 같은 건 별거 아니라고 그것도 한때라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철이 들만도 한데
나는 또다시 어리석게 가슴이 뛴다.
그래도 성급해서는 안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일은 지난 사랑에 대한 충분한 반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반성의 시간이 끝나면 한동안은 자신을 혼자 버려둘 일이다.
그게 한없이 지루하고 고단하더라도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지나간 사랑에 대한, 다시 시작할 사랑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성을 향한 감정을 갖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여러 가지 방식의 사랑을 경험하며 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첫사랑 한 번으로 결실을 맺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각자의 이유로 사랑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평생의 짝을 찾게 된다.

그 과정 속에서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기도 하고, 누구보다 불행한 사람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도 본능적으로 뜨겁고 순수했던 첫사랑을 지나서 현실적이고 조건부적인 사랑을 하기도 했고,

계속되는 상처에 연애도 결혼도 지긋지긋한 나머지 독신주의를 선언했던 순간도 있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헤어짐은 늘 후유증을 남긴다. 술로 달래 보기도 하고 마음에도 없는 사람을 만나보기도 하지만 그 어떤 것도 그 상처를 치유해 주지는 못한다.


치이고 데인 마음은 더 이상 그 누구한테도 열지 못할 것 같았고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생각하며 다가오는 인연마저 일부로 밀쳐내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위로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처럼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난 다시 사랑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좀 더 성숙해진 모습으로 말이다.

아마도 시간이 흐르며 나이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대하는 내 마음도 나이만큼이나 넉넉해져서 일지도 모르겠다.


<앙코르 부부>는 이미 한번 결혼의 아픔을 겪은 나와 짝꿍이 다시 용기 내어 긴 여정을 함께 시작하는 이야기다.


혹시 나처럼 아픔을 겪고 누군가와 다시 시작할 용기가 나지 않는 사람들, 또 상처 받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사랑은 역시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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