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소녀 상경
건대입구역 첫 자취방
대학교 졸업 후 서울로 직장을 구하게 되면서 처음 부모님 곁을 떠나게 되었다. 울산이 고향인 나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집 근처로 진학하는 바람에 그 흔한 자취 한번 못해보고 대학교까지 마치게 되었다. 지나고 보니 부모님 곁에 있는 게 돈도 아끼고 몸도 편한 일인 줄 알지만 철없던 그때는 자취가 참 해보고 싶었다.
첫 직장으로부터 합격통보를 받고 부모님과 함께 집을 구하러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18년 전인 2007년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정보를 얻기가 그렇게 편리하지는 않았고 서울은 처음이라 동네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니 미리 알아보고 올라오기보다는 그냥 올라와서 알아보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방이 구해지면 나는 그대로 서울에 있을 요량으로 이불이며 모든 짐을 다 챙겨 서울로 올라온 거였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로망이었던 자취생활을 드디어 해볼 수 있게 되었다며 내심 설렘이 가득했지만 그것은 이내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첫 직장은 삼성역 부근. 부모님과 출퇴근이 적절하겠다 생각한 지역은 건대입구역. 새벽같이 울산을 출발해서 건대입구역에 도착해 부모님과 함께 방을 구하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이제 직장인이 되어 독립하는 거니 내가 지낼 집은 내 월급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집이어야 했고, 월세 40~50만 원 정도의 집을 보러 다니다 보니 점점 힘이 빠졌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월에 40~50만 원 정도의 돈으로는 시트콤이나 드라마에서 대학생들이 자취하던 이쁘고 잘 꾸며진 집들이 아니라 그냥 내 몸 하나 겨우 누을 수 있는 작은 방 한 칸이 다였다.
오후 내내 꼬박 방을 보러 다닌끝에 그나마 마음에 드는 방을 하나 골라 계약을 했다. 방 3개에 거실이 하나 있는 2층 양옥집이었다. 각 방에 학생이나 직장인들이 한 명씩 살고 있고 거실을 공유한다고 했다. 온종일 원룸 단칸방만 보다가 원래 주인세대로 쓰던 집을 보자니 숨통이 틔였다. 방은 따로 하나씩 쓰고 거실은 셰어 한다는 게 너무 좋아 보였다.
그렇게 나의 첫 자취방을 계약하고 부모님을 돌려보낸 뒤 홀로 그 방에 누워있는데 어찌나 쓸쓸하던지... 내가 생각하는 자취생활은 이게 아니었는데 싶은 게 자취의 로망은 온데간데없었고 그냥 서글픔만 남아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났을까 계약을 해주셨던 분께 연락이 왔다. 계약할 당시만 해도 별다른 언급 없었는데 그때와 다른 사정 이야기를 하시는 게 아닌가...
부모님과 상의 끝에 결국 그 집은 나오기로 하고 다른 집을 다시 알아보기로 했다. 건대입구에서 삼성역까지 매일 2호선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차창밖을 바라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수많은 집 중에 내가 지낼 곳 하나 찾는 게 이렇게 힘들다니.... 그때 2호선 차창밖을 내다보며 처음 이런 생각을 했다.
내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 진짜 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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