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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un 04. 2024

글을 매일 쓰지 못하는 이유


글은 잘 쓰고 싶고 매일 쓰고 싶다. 생각은 그렇다. 그럼에도 글을 매일 쓰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굳이 말할 이유가 없어서다. 이런 것까지 얘기해서 머 하나 싶기 때문이다. 아주 사소한 생각을 놓치고 나면  글을 이어갈 수 없다. 사라진다. 지금 하는 생각이 진짜 내 생각이 모이는 날 중에 하루다. 평범한 날을 보내고 있다. 매일이 평범하지만 오늘은  평범하다. 그래서 글을 쓰려고 하는데 건덕지가 없는 거다. 별한 날을 기다리려다 빛나는 오늘을 보지 못한다.




일요일 밤부터 월요일아침까지 열한 시간은 잔 듯하다. 왜냐면 일요일 아침 일곱 시 반에 잠들어서 열한 시에 깼는데 당일은 일찍 자야겠다 싶었다. 출근해야 하니까.

월요일부터 바빴다. 매일 오는 사람은 여전히 오고 신규환자도 있었다. 일 아픈 사람을 본다. 그나마 제 발로 걸어서 올 수 있는 사람들이라 다행이다. 중증으로 아픈 건 아니니까. 아니다. 아픈 문제는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들의 속사정까지는 다 알 수 없으니까. 내 몸이 아프니 한줄기 희망으로 좋다는 한의원 돌고 돌아 이곳까지 온다. 안 다녀본 병원이 없을 정도로 병원투어를 하는 어르신들도 있다. 얼마나 답답하면 그럴까.


근처에 정신병원이 있다. 알코올중독, 조현병, 우울증 등으로 입원해 있는 곳이다. 그쪽 환자들이 내가 일하는 곳으로도 자주 온다. 본인의 의지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은 괜찮다. 문제는 입원도 하지 않고 치료도 받지 않는 외출이 가능한 사람이 와서 난데없이 돌발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말로 설득이 안된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은 그냥 보면 멀쩡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표정이 없다. 어둡다. 마음의 문이 닫혀서 동을 받을 일도 주는 일도 생기지 않을 것 같다. 누군가가 생각 못한 선물을 주어서 받는 감동이 아닌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과정에서 받는 감동이 있다면 그들도 희망이라는 것이 생길 것 같다. 마음이 아픈 사람은 답답하다. 아픈 사람이 아니더라도 답답함을 느낀다. 하고자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을 때, 내 의도와 다르게 이 전달되지 않아서다.




글을 쓰지 못하는 다른 이유는 감동을 주고 싶어서다. 한 편의 글을 내어놓아서 '우와' '어쩜 이런 글을' '마음이 울린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나도 이렇게 쓰고 싶었는데' ' 한번 따라 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하는 내용고 싶다.


내가 글을 써놓고도 감동은 이미 숨바꼭질하듯 꽁꽁 숨어버렸고 찾는 재미도 없을 때가 많다. 헛스윙을 많이 해봐야 한다는 조언은 수도 없이 보고 들었다. 휘두르다 보면 얻어걸리기도 생각의 꼬리가 길어지기도 한다.


글을 쓰는 목적이라고 말하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 목적은 달성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출간이라는 목표는 있다. 다른 목적은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지고 내가 쓴 글로 스스로 다짐하며 다른 사람까지 돕는 욕심도 들어있다.


한 줄, 한 문장, 한 문단씩 밀어내고 있는 자체도 감동이다. 내가 나에게 감동하는 날이 이어질수록 글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렁인다. 처음 시작할 때 아직도 쓰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글과 일상에 감동 한번 받아보자. 내일도 모레도 계속 쓸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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