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국의 호텔 비교
수압과 풍압은 호텔의 관리 수준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특히 조건이 열악한 오지에서는 더욱 그렇다. 수압이란 샤워기와 변기의 수압을 말하고 풍압은 헤어드라이어의 바람 세기를 말한다.
대체로 일본 호텔은 수압은 좋지만 풍압은 떨어진다. 특히 료칸의 헤어드라이어는 료칸의 역사만큼 낡았다. 보통의 헤어드라이어의 가장 약한 바람이 거기서는 최대 바람이다. 낡은 헤어드라이어는 리모델링이 오래되었거나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하지만 일본 호텔의 수압은 압도적이다. 수압도 좋고 뜨거운 물 온도도 일정하다. 수압의 연장선 상에서 온천수 온도/수량/질도 좋다. 심지어 어느 곳에서나 비데가 설치되어 있고 비데 수압도 좋다. 전세계 숙박업소 중 가장 비데 설치율이 높은 곳이 일본이다.
중국 호텔은 가성비가 좋다. 시티호텔만 비교한다면 일본보다 중국 쪽이 훨씬 낫다. 일단 중국 호텔의 객실 크기는 일본 호텔의 두 배 이상이다(화장실은 세 배 이상). 최근에 지은 호텔은 홈오토메이션도 구현되어 있고, 여러 면에서 훌륭하다.
특히 풍압이 압도적이다. 중국은 어느 호텔에 가든지 우리가 집에서 쓰는 헤어드라이어보다 훨씬 성능 좋은 헤어드라이어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제 호텔의 것은 차이슨(다이슨의 중국 짭 버전) 수준이었고 어제 호텔 것도 거셌다.
풍압엔 온풍기 풍압도 포함된다. 할배 입김같은 일본 료칸 온풍기 풍압과 달리 중국 운남성 리장과 샹그릴라 호텔의 온풍기는 강력했다. 해발고도 2400m와 33300m 지대였지만 온풍기를 켜니 속옷만 입고 자도 될만큼 따뜻했다.
여기에 하나 더하자면 전압. 전압이 110볼트냐 220볼트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콘센트 꼽는 곳을 보면 일본 호텔은 대부분 110볼트 꼽는 곳밖에 없지만 중국은 최소 세 가지 콘센트를 꼽을 수 있게 되어있다. 여기서도 중국 호텔 승!
본격적으로 일본 호텔과 중국 호텔을 비교하면, 조식에서는 중국 호텔이 일본 호텔에 비해 대체로 떨어지는 것 같다. 많이 먹는 중국인이지만 아침은 간단히 먹고, 적게 먹는 일본인인지만 아침은 든든하게 먹기 때문일까? 대체로 중국 호텔의 조식은 호텔의 하드웨어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
저녁식사 면에서도 일본 호텔이 낫다. 관광지에 있는 일본 호텔은 대부분 온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후 늦게 호텔에 들어와서 온천욕을 하고 저녁식사를 호텔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료칸 문화를 이어받은 셈인데, 여행자를 편안히 쉬게 해 준다. 반면 외식문화가 발달한 중국은 저녁식사를 제공하는 호텔이 일본처럼 많지 않은 것 같다.
코로나 이후 일본 료칸 중에서 가이세키(일식 정식) 요리를 뷔페로 전환한 곳이 많지만 퀄리티는 떨어지지 않았다. 중저가 료칸 중에서도 한국의 고급호텔 못지않은 뷔페를 제공하는 곳을 자주 만나게 된다.
다음은 향기. 고급 호텔은 눈이 아니라 코로 평가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 호텔은 '향기 없는 꽃'이다. 향의 나라답지 않게 호텔에서 기분 좋은 향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일본 호텔은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향의 연장선 상에서 습도를 언급할 수 있는데, 중국 호텔은 대체로 심하게 건조한 편이다.
그리고 안목. 일본의 료칸 주인들은 예술품이나 민예춤 콜렉터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이 모은 작품들을 로비나 복도에 전시하는데 대부분 상당한 안목을 가지고 있다. 이에 반해 중국 호텔의 예술작품은 인테리어의 요소로 소환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마지막은 서비스. 여기서 중국 호텔은 안습이다. 일본 호텔은 저가나 중가나 고급이나 일관되게 서비스가 좋은데 중국 호텔은 차이가 심하다. 중가 호텔에서도 일하기 싫어하는 직원을 싫어질 만큼 자주 만나게 된다.
하나 더 보자면 일관성. 일본 호텔은 체인화가 많이 되어 있다. 그래서 일관성이 있다. 일관성이란 예측 가능성이다. 저 호텔을 이용해 본 경험을 통해 이 호텔의 시설과 서비스를 예측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일본 호텔은 예측 가능하다. 반면 중국 호텔은 '나도 호텔 한 번 해본다'는 호텔이 많은 것 같다. 예측이 힘들다.
일관성 면에서 중국 호텔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은 글로벌 브랜드의 럭셔리급 호텔을 활용하는 것이다. 다른 곳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럭셔리 브랜드 호텔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나와있는 것을 종종 발견한다(하지만 대체로 다른 나라 체인점보다 디테일이 떨어진다).
호텔을 고를 때 중요한 원칙은 최근 오픈한 호텔이 낫가는 것이다. 오픈한 해만큼 중요한 요소는 리모델링을 언제 했느냐 하는 것. 일본 호텔은 대부분 경제 호황기인 쇼와시대에 지어졌다. 리모델링을 제 때 하지 못한 호텔은 낡은 느낌을 준다. 하지만 중국 호텔은 대부분 최근 지어져서 여러 면에서 시설이 좋다.
수압과 풍압으로 일본과 중국 호텔 이야기를 해보았는데 한국 호텔을 생각하면, 그저 안습니다. 일본과 중국의 호텔에 비해 장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있다면 말이 통한다는 것 정도? 우리 관광산업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전 세계적으로 가성비 & 가심비가 압도적으로 떨어진다.
한국의 숙박산업은 지난 20~30년 동안 콘도와 펜션과 러브호텔 위주로 발달했다. 이 세 가지 숙박 스타일 중 코로나 이후 유의미한 숙박 스타일은 없는 것 같다. 핵가족화 개인화 되면서 콘도와 펜션은 효용이 떨어졌다. 무엇보다 여행 가서 함께 음식을 해 먹는 것보다 맛집에서 먹방을 하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콘도나 펜션의 주방시설이 흉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