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러스랩의 숙소 실험, ‘불편한 사치’
숙소도 관광지다!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여행클럽 여행을 기획하면서 염두에 두는 숙소철학이다.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숙소 경험을 하는 곳, 그런 곳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현지 문화가 응축되어 있는 숙소.
지난 남프랑스 소도시기행과 동프랑스 소도시기행에서 샤또(고성)를 숙소로 활용해 보았다. 이번 코카서스 기행에서는 카라반사라이(실크로드 대상들의 숙소)를 활용하고 지난 모로코기행에서는 사하라 사막 글램핑 캠프를 이용하기도 했다.
여행사들은 대부분 이런 숙소 안 쓴다(못 쓰는 게 아니라). 컴플레인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일반 호텔보다 싸지도 않은데 굳이 이용해서 참가자들의 컴플레인을 야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같은 여행클럽이나 이런 무모한 도전을 할 뿐이다.
하지만 트래블러스랩은 이런 숙소를 단순히 잠을 자는 곳이 아니라 경험해 보아야 할 ‘관광지’로 보아서 되도록 이용한다. ‘불편한 사치’를 함께 누려보는 것이다. 일정 중 한두 번 정도는 감당할만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남프랑스 소도시기행과 동프랑스 소도시기행에서는 각각 한 곳의 샤또(고성) 숙소를 활용해 보았다. 호텔로 개조한 곳은 아니고 둘 다 샹브로도뜨(프랑스식 가정 숙소) 스타일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불편한 사치’를 감당해야 했다.
남프랑스 여행 때 쓴 샤또는 마을 외곽에 자리 잡은 15세기 성이었다. 작은 채플도 달려있는 아기자기한 성인데 1.5층과 2.5층을 개조해서 숙소로 활용하고 있었다. 위에 두 층은 활용하지 않고. 넓은 정원과 수영장이 딸린 숙소였다.
샤또 숙소의 장단점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었다. 장점은 화려한 공유 공간. 응접실, 만찬실 등을 두루 활용할 수 있었다. 키친의 오븐 등 장비도 훌륭했고 여러 시설이 두루 갖춰져 있었다. 동네 셰프를 초빙해서 만찬을 가질 수 있었다.
단점은 관리 부실. 지난해 운영하고 겨울 동안 방치한 뒤 올해 처음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셋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았다. 창문 하나를 갈아 끼우지 않은 방도 있었고. 벽난로 장작에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한참 방치된 듯.
사흘 동안 활용했는데 날마다 느낌이 달랐다. 사흘 째 돌아갈 때는 집에 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편안했고.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벽난로에 불을 지펴 숙소를 훈훈하게 만드는 것도 좋았다. 불편은 곧 익숙해졌다.
이 샤또에서는 특별한 서비스를 신청해 보았다. 이른바 프랑스 샤또 정식. 별도 셰프가 와서 저녁식사를 준비해 주었다. 응접실에서 스파클링 와인과 핑거푸드를 마실 수 있도록 한 뒤에 만찬장에 요리를 내놓았다. 페어링 한 와인도 무척 훌륭했다.
동프랑스 소도시기행에서 숙소로 이용한 샤또는 훨씬 화려했다. 마을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았고 성이 훨씬 컸다. 11세기 성이라고 했다. 이 지역에서 한 따까리 했을 성주의 성이었던 듯. 영지를 내려다보는 위치에 자리했다.
이곳은 성안이 아니라 부속건물을 숙소로 개조했다. 샤또를 호텔로 변환하는 과정 중인 듯. 부속건물에 3동의 숙소를 운영했다. 주방이나 거실 등 공유공간은 이전 샤또에 비해 화려하지 않았다.
부속건물에 방이 부족해 스태프 방으로 샤또 내부에 별도 방을 하나 내주었다. 방이 무척 컸고 딸린 방(아마 성주의 자녀 방?)도 있어서 둘이 나눠서 잤다. 주인은 이 성을 집으로 쓰고 있었는데 여느 농가 풍경과 다르지 않았다. 나중에 리모델링할 듯.
샤또를 이용해보면 유럽 호텔 문화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 샤또에서 돋보이는 시설은 만찬장이나 응접실이다. 요즘 유럽 호텔이 공유공간은 되도록 화려하게 하고 개인공간은 심플하게 하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또한 유럽의 호텔들이 왜 버틀러(집사) 서비스를 중요시 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다. 개인이 누릴 것이 많아지면 옆 사람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렇지 않으면 있는 것도 제대로 즐기지 못하니까.
샤또 이용은 ‘불편한 사치’라는 수식어가 딱 어울리는 듯. 다들 하는 말이 다음에 샤또 올 때는 시종이나 시녀 한 명씩 데리고 와야겠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경험이라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
내년에도 샤또를 한 번씩 이용해 보려고 한다. 샹브로도뜨 숙소를 이용하는 취지가 프랑스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자는 것인데 샤또를 이용해 역사 여행까지 해보면 좋은 경험일 테니. 하지만 내년엔 또 어떤 함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