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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May 18. 2024

주말마다 힘쓰는 남편

농부가 체질인 당신

우리 집 남편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손재주 좋은 남자이다. 그런데 이 남자가 몇 년 전 주택으로 이사오더니 주말에는 밥 먹을 때. 잘 때 빼고는 집에 들어오지를 않는다.

밖에 꿀단지를 숨겨놓은 게 분명하다!


매주 금요일이면 집 앞에 온갖 흙, 식물영양제, 농약, 온갖 식물들이 배송되어 온다.

그러면 주말 동안 이곳저곳에 새로운 식물들을 심어놓는다. 그리고 나에게 나와보라고 하며 흥분한 듯 설명한다.


"이 식물은 내년 되면 노란 꽃이 필 거고 이나무는 몇 년 지나면 자리가 잘 잡혀서 이쁠 거야"


귀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 얘기들을 비밀얘기하듯이 얘기해 준다.

작약꽃을 사달랬더니 작약화분을 사와서 옆마당에 심어놓았다

그렇게 주말을 밖에서 지낸 지 몇 년 후

"나 다음 주부터 한 달간 주말에 집에 없을 거야"


이게 무슨 소리인가?

주말마다 밖에 나가 있는걸로도 모자라 이제 집에 안있겠다니?? 알고보니 지방에 나무전지교육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휴~이제 하다 하다 지방까지 가서 돈 내고 전지교육까지 받아야 하는 것인가?


전지교육하는데 50만 원이라고 한다. 미안했는지 자기 용돈으로 갈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고 한다.

 이번달 생활비도 넉넉지 않지만 큰맘 먹고 50만 원 교육비를 주며 이왕 가는 거 즐겁게 배우고 오라고 격려해 줬다.




남편은 주말마다 신이 나서 지방 여기저기를 다녔다. 지치지도 않는지 갔다 와서 바로 장비를 허리에 차고 집 앞의 나무들을 다듬기 시작했다. 

동네사람들 왈

"그 집 남편은 주말마다 땅 쳐다보다가 나무 쳐다보는 게 일이야!"

나를 좀 그렇게 애틋하게 쳐다보지!



지난주에는 커다랗고 기다란 고무막대를 사 왔다. 그리고는 꽃밭을 만들 땅을 고무막대로 경계를 쳐놓았다. 그것도 두 군데나!

더 이상 가꿀 식물이 없으니 더 범위를 넓히는 것이었다.


"이렇게 다 꽃밭 만들면 사람은 어디로 걸어 다녀?"


남편은 말이 없었다. 그리고 이주동안 열심히 땅 파고 흙 넣고 경계를 만들더니 드디어 꽃밭을 완성했다며 신나서 나에게 와서 알려주었다.

당신은 농부가 되었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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