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끄적끄적거리기
선풍기, 에어컨 등 냉방기구가 없던 시절의 피서법을 찾아보았다. 일제강점기에 이미 선풍기를 사용했으니,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갔다. 무더위에 지은 옛 선비들의 글에 드러나는 피서법은 두 가지였다. ‘하삭음’ 또는 ‘하삭의 피서’라는 것과 오늘날 우리처럼 더위를 피해 산 좋고 물 좋은 곳으로 떠나는 피서였다.
‘하삭의 피서’란 무더운 여름철에 피서를 명분으로 마련한 술자리를 말한다. 중국 후한 말에 유송(劉松)이 원소(袁紹)의 자제와 하삭이란 지역에서 삼복 무렵에 술자리를 벌이고 밤낮으로 술을 마셔 흠뻑 취하며 한때의 더위를 피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방법조차 하기 어려운 한여름 무더위가 있다. 무더운 여름날 지은 조선후기 학자 이덕무의 시이다.
<더위가 성행하니 괴롭다>
대지의 생령은 어찌 이리 무더운가
쬐는 해 더운 바람 찌는 듯이 삶는 듯이
하삭의 피서조차 따르기 어려우니
푸른 통의 맑은술 없어진 지 오래라오
나무에 붙은 매미는 울음소리 사라지고
털토시에 앉은 매는 하늘 솟을 마음 없네
맨다리로 얼음장을 밟고 싶은 생각만이
더군다나 방안엔 모기 파리 들끓으니
가슴속이 답답하여 수심조차 많아진다.
더위를 잠시 잊기 위한 술자리조차 갖기 어렵고, 얼음장 안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토로하였다. 여름 한 철 울어대는 매미도, 용맹한 매도 다 기력이 빠져버린 푹푹찌는 무더위다. 요즘의 날씨를 말해주는 듯하다.
개인적으로 10년 만에 맞는 한국의 여름이다. 무더위에 짓눌려 파김치가 되는 기분이다. 술로 더위를 잊는 방법도, 집순이라 산이나 바다, 계곡으로 가는 일도 없다.
그저 들어앉아 읽고 싶었던 책만 주야장천 읽고 있다. 쌓아놓고 읽어 내려가다 보니, 어느 글이 어느 책에 나왔던가 내용이 헷갈려 간간이 메모도 곁들인다. 그리고 이렇게 끄적끄적 글을 써본다. 무더위에 지쳐 시를 쓰던 조상님의 방법을 따라서. 나름 효과가 있다.
바닷가 피서는 그림으로 대리만족 ^^
(인용시 출처 : 청장관전서 제1권 / 영처시고 1(嬰處詩稿) 1, 고열행(苦熱行), 한국고전종합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