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스킹혜성 Jul 17. 2023

슬기로운 '수집' 생활

우표 수집 이야기

어느 평일 저녁에 열리는 도서관 문화 행사에 참가 신청을 했고, 다음의 사전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7월의 슬기로운 생활, 당신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예시: 휴식, 취미, 방학

그래서 생각하다가 떠오른 것이 슬기로운 '수집'생활이었다.


무언가를 수집한다는 것은 어쨌든 내 관심사와 취향에 맞아야 하고 좋아해야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수집'은 곧 취향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나의 취향을 선명하고 뾰족하게 다듬는 일에 열심이다.

내가 워낙 무던한 사람이다 보니까

나만의 색, 향, 취향이 있고 그것을 드러내는 사람들에 대한 선망 같은 것이 있다.


떠올려보면 나의 첫 수집은 초등학생 시절 여름방학 숙제 중 고른 '우표 수집'이었다.


고모할머니가 물려주신 오래된 우표들을 시작으로, 방학 중에 발행되는 우표를 사 모으고, 우편물에 붙어있는 소인 찍힌 우표들도 모아서 우표 수집책을 만들었다. 무엇을 하던 늘 중간 아래 성적이었던 내가 숙제를 잘했다고 칭찬을 받은 일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성취감을 느꼈고, 학교 생활을 모범적으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표는 다 좋아하지만 주로 취미 우표에 관심이 있다. 손 편지 자체를 잘 쓰지 않는 요즘에도 우표는 계속 발행되고 있고, 예쁜 디자인의 기념우표가 많다. 네모난 모양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세모, 동그라미, 팔각형, 하트모양 등으로 다양하다. 취미우표는 1년 동안의 발행계획에 따라 발행되는 우표이다. 지금까지 경험상 특히 5년에 한 번 나오는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가 가장 가치 있다. 아침 일찍 우체국에 가거나 미리 온라인 통신 판매 신청을 해 놓지 않으면 구하기 어렵다.


우표수집은 굉장히 정적인 취미 같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역사적인 기념일이나 인물, 장소 등에 대해서 공부할 수 있다.  

나는 외국 여행을 가면 우표를 사려고 꼭 우체국에 방문한다. 각 나라의 특징이 그려진 우표는 참 예쁘고, 사진과 또 다르게 추억이 된다.


우표 수집을 하면서 기억에 남은 일화가 하나 있다.

한 번은 2002년 월드컵 끝나고 4강 진출 기념우표가 발행된 적이 있다. 1년 발행계획에 없었는데 4강까지 진출한 것이 워낙 기념적인 일이라 특별히 발행되었다.

모르고 있다가 몇 개월 뒤에 알게 되었는데 너무 가지고 싶었다. 그때 나는 중학생이었는데 광화문 우체국에 전화해 보고 재고 남아있는 곳 좀 찾아달라고 부탁해서 전라도에 있는 작은 우체국에 재고가 남아있다 정보를 얻었다. 그때는 인터넷 판매가 없던 때라 그 우체국에 전화해서 내가 꼭 사고 싶으니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은행에 가서 무통장 송금을 하고 결국 우편으로 받을 수 있었다.  

무언가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할 수 있었던 일이라 기억에 남고 지금도 내가 애정하는 우표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는 우표는 아기가 태어난 날 발행된 우표이다. 마침 그 날짜에 발행된 우표가 있어서 남편을 보내서 우표를 손에 넣었다. 아직은 어려서 잘 모르겠지만, 좀 더 자라면 네가 태어난 날에 발행된 우표라며 이야기 나누고 싶다.


인기 있는 수집 아이템은 아니지만,

여름에 시작한, 나에겐 특별한 취미인 우표 수집이야기이다.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행복을 수집하는 것에 대해서도 글을 쓴 것이 생각났다. 사전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하며 알았다. 나는 도토리를 저장하는 다람쥐처럼 수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바나나 하나가 브라우니로 돌아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