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ar Ciel Sep 02. 2021

굿모닝 선생님

[ 그림 받아쓰기 09 ] 보기

| 산, 선생님


D는 내가 만나 본 사람 중에서 가장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때는 일을 막 시작해서 늘 긴장하고 다녀야 했고, 개인적으로 결정해야 되는 것들 때문에 여러 가지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멈칫거리며 서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사정을 대충 알고 있었던 지인은 나와 전화통화 중에 갑자기 캠핑을 가자고 했고, 나는 4-5시간을 운전해서 아는 언니네 집으로 도착, 그쪽 팀들과 함께 기억나지 않는 산으로 갔다. 그날은 저녁식사를 하고 별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다 잠이 들었다.


이야기 소리에 잠을 깼다. 텐트 밖으로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왔더니, 누군가가 자전거를 타고 빙빙 돌면서 인사를 했다. 거의 매주마다 산에서 지낸다던 D 였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에서 탄다는 자전거가 반으로 접혀 사람 어깨에 올라타고 경사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을 봤다. 굳이 저렇게까지 하면서 저 자전거를 데리고 다녀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왠지 부러웠다.


태어나 캠핑을 몇 번 못 가본 나에게 캠핑 101을 알려 주었고, 그가 가지고 다니는 생존 키트, 산에서 조난을 당해도 한 달은 버틸 수 있는 장비라면서 하나씩 설명해 주었다. 사용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이는 그 도구들을 보면서 고개만 끄덕이며 듣고는 있었지만, 내가 모르는 세상을 사는 그가 부러웠다. 그때 들었던 설명은 잊어버렸지만, 그날 보았던 별과 사람들과 함께 먹었던 옥수수랑 감자는 기억이 난다.


또 기억하는 한 가지. D는 산은 선생님이며, 학교라고 했었다. 그는 지금도 꾸준히 학교를 다니고 있다. 그가 올려놓은 사진에서 은하수와 오로라가 밤하늘 배경으로 흘러내린다. 나무 사이로 걸어 놓은 해먹 사이로 바람과 빛의 이야기가, 늘 가지고 다니던 의자 앞으로 흔들리는 불빛 소리와 그 안에서 구워지고 있는 옥수수와 감자의 냄새가 전해진다.


| 톡, 툭

생각해보면, 멈칫거리고 있는 순간을 맞이할 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밀어주었던 것 같다. 그래서 또 한걸음을 내딛고, 또 다른 걸음을 딛고. 그렇게 걷다가 뛰기도 하면서 살아왔다. 처음 본 누군가의 작은 '톡'부터 오래된 인연이 '툭' 하고 움직이도록 힘을 보태어 주기도 했다. 그들에게 천사가 갑자기 빙의를 해서 나를 도와주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 예전에 느꼈던 그 멈칫하며 서성거리던 증상이 또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무도 밀어줄 것 같지 않은 막연한 느낌적인 느낌이 있었다. 할 수 없이 내가 나를 밀어주기로 했다. 그렇게 이 매거진 쓰기를 시작했다.


친구 A와 함께 해 보자고 했었던 프로젝트들이 몇 개가 있었는데,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말만 하던 것을 행동으로 옮기고 싶었고, 일단 시작했다. 다른 생각이 들지 않도록 매일 올려 보기로 했다. 미리 글을 써 두는 것 없이. 그렇게 매일 학교에 가서 선생님께 숙제를 보여드리는 것처럼 쓰고 올렸다. 글 쓰는 근육이 없는 사람이, 정해진 그림과 연관이 되는 글감을 찾아서 써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말이 될까? 아닌가? 하면서도 무조건 올렸다. 공감해 주시는 분들, 댓글로 소통해 주시는 분들을 매일 만나는 것이 큰 힘이 되었고 또 그 '재미'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즐거움을 선물로 받았다.


오늘 이 글을 올리게 되면, 나랑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된다. 한동안 뭔가 '끝냈다!'라는 경험을 하지 못하면서 더 멈칫거렸던 것 같다. 작은 프로젝트였지만 마무리를 하게 되었으니까 칭찬을 해 주고 싶다. 그리고 이 느낌 그대로를 가지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작게라도 시작해 보려고 한다.



Illust by Christopher Denise, 굿모닝 선생님하고 있는 듯합니다. :)


아이들을 위한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요? 그들은 어떤 사람들이기에 이처럼 사랑스러운 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을까요. 보고 있으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 움직이고 있는 것만 같은, 말보다, 이모티콘보다 더 큰 힘으로 우리를 '툭' 하고 밀어주는 힘이 있습니다.


그림듣기 하면서, 저는 숙제는 겨우 끝내고 핑크색 가방을 멘 토끼 친구처럼 브런치 학교로 등교했습니다. 곁에서 말 벗이 되어 준 작가님들께 감사드립니다. :)



#9 직접 그리셨던 그림과 비교하시니 어떠신지요? 

물론 Christopher 작가님은 그림책 작업도 많이 하신 전문가 이시니 저희와 비교할 수는 없죠. 비교 대신 그분이 그리신 일러스트로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럼 그림을 보시면서, 다시 듣기 해 보시고, 스크립트도 비교해 보세요!

작가님들 편안한 저녁 되세요~. 


                         

Ah ha!
What do we have here?
Think of a children’s book illustration in the spirit of ~ Beatrix Potter. Now you’ve got it! 

In this children’s book inspired illustration, there is a tree trunk school. 
Now, that’s a little different from a tree house. A tree house probably has rooms in the big branches. But in a tree trunk school, everything is in the trunk. 

Let’s apply the clock layout to draw the tree trunk school. Here we go! 

In the one o’clock position, there is a square shaped, wood framed window. And it’s open. At the tree o’clock position, there is another big square, wood framed window
At the nine o’clock position, there is an outdoor hand-rung bell and another square, wood framed window.

In the center of the massive tree trunk, there is a wood framed doorway that extends from the center down to the six o’clock position. It is wood framed. It has two steps down to the ground and there is a handrail on the left side. 

At the seven o'clock position, there are yellow wildflowers, and at the five o'clock position, there is a cute pink rosebush. And there is a climbing ivy from the four o’clock position all the way up to the one o’clock position. 

Above the doorway, there is a sign. 
It says “Woodland School.”

Now, let’s fill in the central characters.
There are two!
One is a very, very large horn rimmed owl with spectacles. The spectacles are armless. And the owl has a big red book under its right wing. 

Down below him, there is a student.
It looks like a rabbit. It’s a brown rabbit and he’s wearing a pink backpack, blue overalls and a white T-shirt. 

I think he’s ready for school. Well....how did you do? 






Moonlit Landscape by Caspar David Friedrich LINK

Christopher Denise LINK









매거진의 이전글 꽃이 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