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과생의 우주산업에서의 역할

문과생이 우주산업에서 할 수 있는 것들

by 우주문과

우주산업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로켓, 우주비행사, 혹은 SF영화 속의 장면을 떠올린다. 그리고 대부분은 그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공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일 것이라 생각하고, 실제로도 우주를 직접 설계하고, 조립하고, 분석하는 핵심 기술 분야는 분명히 이공계의 영역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저 역시 문과생으로서 우주산업에 첫발을 디뎠고, 위성과 발사체 기업에서 8년 넘게 일하며 느낀 것은 이 산업에도 문과생이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경영지원 직무(예: 인사, 회계 등)는 대부분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업무이고, 이 글에서는 그것보다 더 제가 직접경험 한 ‘우주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업무, 즉 사업기획과 사업관리 영역에서 문과생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1. 사업기획 – 전략과 제안의 설계자

우주산업은 대체로 정부 주도의 R&D 과제를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정부에서 기술개발 방향성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기업들은 제안서를 작성해 사업을 따냅니다. 이 과정이 바로 ‘사업기획’입니다.

문과 출신이 이 과정에서 맡는 역할은 다양합니다.


정부의 기술개발 로드맵 분석: “어떤 분야에 투자하겠다는 신호를 정부가 주는가?”

RFP(제안요청서) 분석: 어떤 내용을 담아야 이 과제에 선정될 수 있을까?

컨소시엄 구성: 이 기술을 위해 어떤 기업, 연구소와 손잡아야 할까?

제안서 구성: 기술 외에도 이 사업의 사회적 효과, 산업적 파급력, 사업화 가능성 등을 어떻게 설득력 있게 담을까?

이 과정에서는 이공계 출신 실무자들과 협업하는 일이 많습니다. 기술 내용은 이공계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정리하는 반면, 문과 출신은 전체 구조를 설계하고, 흐름을 정리하며, 정책과 산업의 언어로 설명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술자는 기술을 쓰고, 문과생은 그 기술이 왜 필요한지를 씁니다. 이 둘은 경쟁이 아니라 협업입니다.


2. 사업관리 – 실무의 중심축

과제가 선정된 이후에는 사업을 실제로 운영하는 단계, 즉 ‘사업관리’가 시작됩니다. 이 영역은 규정, 행정, 시스템, 일정, 예산 등 보이지 않는 실무의 중심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문과생이 많이 담당하는 영역입니다.


▪ 과제 협약 체결

R&D 과제 협약서를 작성하고, 정부기관과 조건을 조율하며 협약 절차를 진행합니다.

▪ 계약 및 행정 처리

국가연구개발사업 관련 규정에 따라 계약을 체결하고, 변경 사항이 있을 경우 문서화 및 절차를 관리합니다.

▪ 보고서 작성

연차보고서, 최종보고서 등 사업 진행 결과를 정리하고 전담기관에 제출합니다.

▪ 진도율 및 정산 대응

과제비 집행 내역, 진도율 등 각종 실적을 정리하고, 회계팀과 협업해 정산 작업을 진행합니다.

▪ 대금신청 및 정산

EZbaro, RCMS 같은 정부 시스템을 활용해 과제비를 청구하고 정산 처리를 진행합니다.

▪ 전담기관 커뮤니케이션

KETEP, KETI, KISTEP 등 전담기관과 연락하며 질의에 대응하고 행정처리를 협의합니다.

▪ 규정 해석 및 이슈 대응

연구개발혁신법, 부처별 규정 등을 검토해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이슈가 생길 경우 사전에 조율합니다.


문과생이기 때문에 유리한 점

우주산업은 분명 ‘기술 중심’의 산업입니다. 하지만 그 기술이 사회와 산업 속에서 가치를 창출하려면, 반드시 누군가가 그 기술을 언어로 설명하고, 논리로 구조화하고, 현실의 제도와 정책에 연결해야 합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문과생의 역량이 빛을 발합니다.

문과생은 기술을 깊게 설계하지는 않지만, 그 기술이 왜 필요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며, 어떤 사회적 효과를 가질 수 있는지를 정리하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기술을 ‘이해’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도 이해하게 만드는 사람입니다.


기술은 혼자 존재하지 않습니다.

기술은 사업 기획서로 설명되고 -> 정책 문서에 반영되어야 하며 -> 투자자(또는 평가자)에게는 프레젠테이션으로 전달되고 -> 전담기관과의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논리적으로 정당화되어야 합니다.


그 모든 과정은 ‘말과 글’로 이루어지며, 그 중심에 문과생의 강점인 문해력, 기획력, 해석력, 논리 구성력이 있습니다.

또한, 우주산업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복합적인 산업입니다. 정부, 연구기관, 민간 기업, 사용자, 시민사회까지 다양한 층위와 협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적 감각과 소통 능력, 설득의 언어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술이 혼자서 로켓을 띄우거나 위성을 운용할 수 없습니다,

기술과 세상을 이어주는 다리, 바로 그 역할을 문과생이 기여하고 있습니다.


문과생의 우주산업에 종사

우주산업은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아주 가까운 현실의 산업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공학도만이 아니라, 정책, 언어, 기획, 행정의 관점에서 기여하는 사람들도 함께합니다.

저는 문과생으로서 우주산업에 들어와 기술자들과 함께 일했고, 정부과제를 기획하고, 수많은 협약서를 써내려 갔으며, 전담기관과 협의하며 매일같이 운영의 중심을 잡았습니다.

혹시 당신도 문과생이라면, “내가 우주산업에서 할 수 있는 게 있을까?”라고 망설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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