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업무를 접하다.
나는 인공위성영상활용 회사에 경영지원팀으로 입사했고, 나에게 배정된 업무는 정부과제 정산 및 관리 B2G 계약, 총무 업무였다. 입사 전까지 뉴스에서나 들었던 'R&D예산', '조달사업' 등은 너무나도 생소한 단어였고, 회계법인에서 인턴을 하면서 사업비 정산업무를 해본 경험이 있어 그나마 조금은 익숙했지만, 학교에서는 들어보지도 못한 업무, 주변 누구도 알지도 못하는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회계법인에서 인턴을 하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해 본 사업비 정산, 당시 회계법인에서 근무 시에도 첫 일주일 정도는 산업통상자원구 연구비 규정집을 보면서 사업비 규정을 익히고, 사업비 정산업무에 투입되었다. 현재는 2021년에 연구개발혁신법을 제정하여 부처별로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연구개발혁신법 이전에는 부처별로 규정이 상이하여 각 부처별 규정을 숙지하고 있어야 했다. 회계법인에서의 인턴경험이 빠르게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당시 나의 사수가 입사 후 몇 개월뒤 출산휴가를 가면서 업무를 혼자 하게 되면서 나름 하드코어 하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팀에는 부서장, 회계담당, 나 이렇게 3명이서 업무를 처리하게 되었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인원을 더 충원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혼자서 해당업무는 전적으로 맡게 되었는데, 어떻게 회사에서 그럴 수 있냐, 경력직을 채용해 줄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지만, 중소기업이었기에 인원 충원이 힘든 점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지금 보면 이때의 하드코어 하게 일을 정석대로 배웠기에 지금의 내가 업무를 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혼자서 일을 문제없이 처리하기 위해 평일이면 야근을 하고 주말이면 카페에 가서 각 부처별 규정을 계속 보면서 공부를 했다. 정부과제 관리업무가 흔치 않고 지인들도 관련된 업무를 하는 사람이 없었고 당시의 나의 지인들에게는 배울 곳이 없어 맨땅에 헤딩을 하며 업무를 습득하고, 사업비 관리사이트(EZbaro, RCMS 등)는 고객센터에 질문해 가면서 익혀나갔다. 정부과제 정산 및 관리가 규정을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고, 전담기관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추후 문제가 없이 사전에 잘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나는 업무를 문제없이 처리하기 위해 강박감 같은 책임감이 생겼다.
내가 취업준비를 하면서 드라마 '미생'을 인상 깊게 보았다. 장그래의 입사 배경보다는 다른 드라마들보다 회사생활을 제일 현실적으로 보여주었다 생각하였고, 회사생활은 저렇게 치열한 곳이구나라고 생각을 했다. 매일 같이 다른 팀과 회의에 엑셀, 파워포인트, 워드로 보고서 작성하고, 업체들과 미팅하고, 출장을 많이 갈 줄 알았으나 현실은 컴퓨터 앞에서 하루 종일 규정을 찾고, 외부기관에 물어보고, 깨지는 일이 다반사였다. 내가 상상했던 회사업무와 하는 일의 패턴이 다르다 보니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에서 현실고증을 해서 한다고 하지만, 현실은 수많은 케이스가 있고, 수많은 사람들과 다른 업무를 함에 있어 드라마는 드라마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물론 지금 와서 보면 당시엔 이제 막 입사를 했던 아무것도 몰랐을 사회초년생이었으니 직접적으로 경험해 본 것이 없으니 당연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월급쟁이로 살면서 평생직장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버지도 한 회사에서 20년 가까이 근무를 하시고 퇴직하셨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커리어를 쌓으며 경력을 만들고, 더 좋은 조건으로 이직하며, 또 다른 경험을 통해 업무 스펙트럼을 넓혀가는 것이 나의 계획이다.
우주산업에 첫발을 들이지 않았다면, 정부과제의 규정이나 정부의 기술개발 로드맵등은 전혀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주변에 지인들과도 이야기하다 보면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도 많고, 문과생이 우주산업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다. 학교에서는 배우지 못한 업무를 접하게 되면서 남들과는 조금은 다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