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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훈 Oct 14. 2024

음악의 고고학자

레스피기 - 류트를 위한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제3모음곡

오토리노 레스피기 (Ottorino Respighi, 1879~1936)는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태어나 로마에서 세상을 떠난 작곡가로 오페라가 아니면 승부하기 어려운 이탈리아 음악계에 관현악 작품으로 승부를 걸어 새로운 르네상스를 일으킨 장본인이다. 레스피기는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작곡교수로 재직하면서 도서관에 있는 방대한 양의 악보들과 문헌들을 연구하였는데 특히 옛 음악을 찾아 연구하는 것을 즐겨했다. 


로마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서고


이로 인해 그레고리안 성가와 옛 이탈리아 민요를 자신의 음악에 접목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작업의 소산 중 하나가 ‘류트를 위한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모음곡이다. 실제 류트로 연주되는 곡은 아니며 16-17세기 이탈리아의 류트 음악을 관현악으로 편곡한 작품이다. 그중 1931년에 작곡한 제3모음곡은 편성이 가장 작은 현악합주로 연주되며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레스피기는 원곡이 가진 품격과 색채를 간직한 채 20세기의 음악어법을 덧입혔고 수백 년간 잊혀 있었던 유럽의 옛 음악들은 새로운 생명을 얻게 된다.


33세의 레스피기 (1912년)


원곡과 레스피기의 곡을 비교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 곡 ‘이탈리아나 (Italiana)’는 16세기말 작자미상의 류트 음악인 ‘황홀한 이탈리아나’와 ‘우아한 체사리나’를 편곡한 것으로 짧은 세 도막 형식이다. 고풍스러운 테마를 반주하는 첼로의 피치카토는 류트를 연상시킨다.
작자미상 - 이탈리아나, 체사리나
1악장 - 이탈리아나


두 번째 곡 ‘궁정의 아리아 (Arie di Corte)’는 16세기 프랑스 류트 연주가 쟝 밥티스트 베사르 (Jean-Baptiste Besard, c.1567~c.1625)의 사랑의 관한 노래를 새롭게 편집하여 편곡한 것이다. 이 곡에 쓰인 베사르의 곡은 다음 순서로 등장한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쟝 밥티스트 베사르 -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영원히 안녕, 양치는 소녀여>

쟝 밥티스트 베사르 - 영원히 안녕, 양치는 소녀여


<맑게 응시하는 사랑스러운 눈이여>

쟝 밥티스트 베사르 - 맑게 응시하는 사랑스러운 눈이여


<사랑의 작은 배>

쟝 밥티스트 베사르 - 사랑의 작은 배


<내 영혼을 어루만진 신성함이여>

쟝 밥티스트 베사르 - 내 영혼을 어루만진 신성함이여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 순결함 때문일지니> 

쟝 밥티스트 베사르 -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이유는 내 순결함 때문일지니


그리고 처음에 등장한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를 다시 연주하며 끝을 맺는다.

2악장 - 궁정의 아리아


세 번째 곡 ‘시칠리아나 (Siciliana)’는 16세기 이탈리아 작자미상의 류트 음악을 주제로 사용했다. 서정적인 분위기에 시칠리아 리듬이라 불리는 붓점 리듬을 사용한 변주곡 형식이다.


작자미상 - 스퍄뇰레타
3악장 - 시칠리아나


네 번째 곡 ‘파사칼리아 (Passacaglia)’는 17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기타리스트 루도비코 론칼리 (Ludovico Roncalli, 1654~1713)의 작품을 차용한 것으로 변주곡의 한 형태인 파사칼리아 형식을 취하며 비장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루도비코 론칼리 - 파사칼리아
4악장 - 파사칼리아

<전곡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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