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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 멜랑쥐 Jan 24. 2024

오늘만 살아보자

9일_백암온천

“사장님 온천 좋아하세요”

“좋아하죠! 저는 사우나를 너무 좋아하고 기본 2시간을 하고 올 정도로 사우나에 진심인 사람입니다 하하하”

“저희 회사 연수원이 있는데 가 보실래요?”

“너무 고맙죠”

“사장님 뭐 대단히 좋은 곳은 아니지만 잠깐만 충전하고 휴식하고 오세요 “


단골이란 이런 것인가 마음 써주는 손님에게 정말 고마웠다.


희한하게 우리 가게는 요즘처럼 각박한 세상에 사장과 손님으로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하고 매일 같이 와서 커피를 마시고 가끔 조용한 저녁시간에는 함께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 가족 같은 손님들이 제법 있다. 처음에는 손님이 들어올 때면 제발 나에게 말을 걸지 말고 조용히 커피만 마시고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가득했다. 왜냐하면 뭐라고 말을 이어갈 재주도 없고 내가 무슨 인생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 마냥 조언을 하거나 얘기를 해줄 자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늘 손님들은 사장과의 이야기를 원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원했다. 하루 이틀 한 명 두 명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조용한 가게에서 소곤 소곤 하는 이야기와 웃음소리로 가게는 따뜻한 노란색이 된다.


한편으로는 온천여행을 며칠 간다는 것이 가게 문을 닫아야 하니 부담도 되었다. 아직 불안과 우울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내가 방심하면 나를 잠식시키고 다시 구렁으로 밀어 넣을 것만 같았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어 2박 3일 일정의 신랑과의 온천 여행을 떠났다. 우리는 일부러 국도를 이용해서 천천히 구경하며 가기로 했다. 울진까지 운전해서 가는 내내 구불구불하고 산을 넘고 작은 산과 산 사이에도 몇몇 채의 집들이 있었다.

‘이런 곳에도 사람들이 모여 사는구나. 마트는 어떻게 가지? 병원은 어떻게 가지? 밤에 갑자기 치킨이라도 먹고 싶다면 배달은 가능한가??’

가는 내내 조그마한 마을들이 모여 사는 곳들이 있었다. 나는 너무 편하고 불편함 없는 곳에서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걸어서 병원도 가고 버스 한 두 정거장이면 대형마트도 가고 기차도 타고 아파트 앞에 바로 버스 정류장도 있고 집 근처 공원도 있고 강변 산책로도 있고  유원지도 가깝고 일요일에 마음만 먹으면 걸어서 강변 공원에서 돗자리를 깔고 캠핑의자와 테이블을 세팅하고 치킨을 배달시켜 치맥도 먹을 수 있다.


구불구불한 국도를 돌아서 가다 보니 내가 가진 것이 많다는 생각과 불편함이 없이 살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 힐링이 되었다.

단지 부족한 것은 돈뿐이구나! 그렇지만 돈은 누구에게나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여행을 신나게 보내고 다시 한번 힘을 내 봐야겠다는 생각에 시작부터 힘이 났다. 온천여행 가는 길부터 힐링이라니 상상도 못 한 여행이 되었다. 빠른 고속도로로 갔다면 절대로 느낄 수 없었겠지. 어떨 때는 돌아가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빨리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 인생도 그렇겠지…


온천여행은 너무나 즐거웠다. 음식은 저렴하고 맛있었고 온천물은 끝내주게 좋았고 수영장 개방을 해서 오랜만에 신나게 수영도 하고 잠도 푹 자고 커피숍에서 느긋하게 커피도 마시고 책도 보고 좋았다. 진짜 나이가 많이 들어 우리가 70이 되고 80이 된다면 이렇게 살자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느긋하고 편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이 나의 목표가 되었다. 우리는 가능할 것 같다.

오늘도 하루 잘 버텼다. 내일도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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