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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구바라기 Apr 24. 2022

속 시끄러운... 포켓몬 카드...

[문구바라기] 무인 문구점의 일상 01

'포켓몬 카드 재고 있나요?'
'포켓몬 카드 언제 입고되나요?'


[없어서 못 파는 '포켓몬 카드 시리즈']




 매장을 가면, 이 말을 안 들은 적이 없다. 그만큼 포켓몬 카드, 아니 '포켓몬' 자체가 열풍인 시대이다.

문구바라기에 방문하는 손님의 대다수가 일단 매장에 와서 포켓몬 카드부터 찾는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듯, 인기 제품의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동안 무인 문구점을 운영하며  포켓몬 카드가  시끄러운 존재가 되었는지 한번 이야기해볼까 한다 (많은 문구점 사장님들은 공감하시리라...)




도난의 근원, 포켓몬 카드


[CCTV 노예로 만드는 포켓몬 카드]


 포켓몬 카드의 인기가 워낙 크다 보니, 아이들의 구매 욕구는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용돈은 한정적이고 카드는 사고 싶고...' 이 불균형 상황 속에 일부 아이들이 도난이라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매장 오픈 이후 도난의 80% 이상이 포켓몬 카드이다. 도난의 방법도 다양하다.


먼저 초급 단계 그냥 카드를 고르고 계산  하고 가져간다. (이건 CCTV 쉽게 확인 가능하다) 여기서  단계 발전된 중급 단계에서는 일단 결제는 한다. 결제를 하면 주인이 자기를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탕으로 자기가 가지고 가는 수량보다 적게 계산한다. (10개를 가져가면서 2개만 결제하는 방식)  단계에서도 단순한 친구들은 카드 결제하고 (카드 결제는 카드사 통해서 쉽게 찾을  있다)   머리를 굴린 친구들은 현금 결제를 한다.


 다음 고급 단계 카드 여러 장을  맞게 겹쳐 마치  장인  마냥 손에 쥔다. (보통 2장이 가장 구별하기 어렵다) 그리고 키오스크 앞으로 가서  장인 거처럼 스캔하고 결제를 한다. 처음에  방식은 나도   당했다. 그러다 언젠가 아무리 CCTV 돌려도 도난을 찾지를 못해 의아해하던  최대 줌으로 돌려보다가 알아냈다. (이후 아무리 겹쳐도 식별 가능하도록 CCTV 위치를 옮겼다)


어쨌든 결국 포켓몬 카드가 무인 문구점 도난의 근원이고 1주일에 하루는  포켓몬 카드 이슈 때문에 CCTV 정주행 한다. 정말 CCTV 본다는  쉬운 일이 아니다. 결국 포켓몬 카드가 CCTV 노예로 만드는 원흉 것이다. ( 문제가 없다면 무인 문구점 로스의 80% 사라지리라)


꼭꼭 숨어라, 포켓몬 카드 보일라


[POP - 제발 숨기지 마세요]


 포켓몬 카드의 입고가 원활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이 언젠가부터 입고된 포켓몬 카드를 숨기기 시작했다. 입고가 원활하지 못하다 보니 아이들도 제품이 입고될  지금 안사면  산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막상 구매하고 싶은 수량보다 용돈이 부족하거나, 당시 현금 자체를 가지고 있지 않아 결제를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사고 싶은 마음에 일단 매장 어딘가에 자기만의 공간에 포켓몬 카드를 숨긴다. CCTV 처음  광경을 목격하고  웃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모르겠더라... '어린 마음에 얼마나 사고 싶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10 이상 대량으로 숨기는 모습에서는 지나친 욕심이라는 생각도 했다.


최근에 매장 가면 최소 10분은 포켓몬 카드 술레가 된다. 처음에는 숨긴 포켓몬 카드 찾는데 15 정도 걸렸다면 요새는 대충 아이들이 어디 숨기는지 도사가 되어 5 정도면 술래잡기가 종료된다. 숨기는 장소도 기가 막힌다.


①색상이 비슷한 다른 카드 제품 사이에 숨기기

②공책 사이에 숨기기

③색종이 사이에 숨기기

④앨범 집 사이에 숨기기

⑤비교적 구매가 뜸한 제품 박스 뒤에 숨기기


아이들의 생각이 기발하면서도 그걸 찾아내는 나도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요즘이다. 제발 숨기지 말아 달라고 POP를 붙여 놓아도 소용이 없다. 참 이걸 도난이라고 할 수도 없고 요즘 최대 이슈이다. (도난만큼 골치가 아프다..)



용돈을 벌어요. from 당근 마켓


[팬덤의 경제학 - 당근 마켓 포켓몬 카드]


오픈하고 2달이 지났을  인가? 중학생 아이가 매장에 와서 포켓몬 카드를 쓸어간 적이 있었다. 중학생이나 되는 친구가  사는 건지 너무 궁금해서 하루는 물어봤더니, 글세 카드를 사서 당근 마켓에 비싸게 되팔아 용돈벌이 한다고 하더라. 미개봉 상품은 미개봉 상품대로 비싼 값에 되팔이 되고, 개봉 상품  희귀  카드들은   나름의 값어치가 더해져 되팔이 되고 있었다. 새삼 요새 아이들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포켓몬빵이 유행하고 나선 이제 20대들이 와서 쓸어간다. 그들도 당근 마켓에 팔기 위해 구매를 한다.


결국 소수의 고객이 대량으로 구매해가는 상황이 발생되고, 막상 순수하게 1,2 구매하고 싶은  수요 고객들이 구매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된다. 당근 마켓에 포켓몬 카드 검색해보면 가격이 가관이다. 우리는 도매업체에서 직접 운영하는 매장이다 보니 다른 무인, 일반 문구점보다 포켓몬 카드가 보통 500원은 싸다. (우리 매장에 1  제품이 거의 대부분 다른 매장에서 1,500 한다) 처음에 리셀러 가격보고 우리도 아예 비싸게 받을까 하다가도 정말 사고 싶은 어린 친구들에게 500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생각하면 마음이 찡해 아직도 가격은 그대로 유지 중이다 (제발 아이들을 위해 리셀러  하지 말아 주세요...)


엄마, 아빠들의 미션 임파서블

 

[포켓몬 카드 찾아 삼만리]


아이들이 포켓몬 카드를 구하기 어려워 지자, 이제 부모님을 조르기 시작한다. 유행 초기에는 아이들이 많이 산다고 잔소리하시던 부모님들이... 이제 사주고 싶어도  사주게 되자 재고가 있으면 아예 대량 구매를  가신다. 어떤 날은 아이들의 미션을 받은 아버님 한분이 퇴근길에 들려 포켓몬 카드 재고를 물어보고 가셨다. 자기 아이가 일주일 내내 졸라서 여기저기 문구점을 다녔는데  이렇게 구하기 어렵냐고...  부모가 되어서도 포켓몬 열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주말이면 점심때쯤 거의 부모님 손잡고 매장에 들러 포켓몬 재고 보고 돌아가시는 고객들이 대부분이다. 엄마 아빠도 아이들의 칭찬 스티커 선물로 사주고 싶어도  사주니  마음도  속상하실 듯하다. 어쨌든 이제 재고가 들어오면 당근 마켓이 아니라 아이들의 등쌀을 피하고자 부모님들이 사재기하신다. 


유인 매장이면 1인당 구매 제한을 걸겠지만, 우리는 무인점포라 고객들의 대량 구매를 어쩌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일부 부모님들은 대량 구매해 가실 , 간혹 아이들이 옆에서 구매를 고민하고 있을 , 아이한테  개나 구매할 것인지 물어보고 나머지 수량을 구매해 가시는 배려 있는 부모님들도 계신다. 결국 아이들도 부모들도 포켓몬 감옥에 갇힌  아닌지 모르겠다.





 포켓몬 카드는 원래 매장에 고객을 유입시켜 타 상품의 구매를 연결시키는 트리거 역할을 해야 한다. 포켓몬 카드를 구매하러 온 김에 다른 상품들도 구경하고 연결 판매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느샌가 매장 재고만 확인하고 돌아가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만약 재고가 있어도 사재기하고 미션 클리어하듯 다른 매장으로 떠나는 고객들이 많다. 결국 원래의 제 역할은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오히려 변질된 이슈들로 매장 운영에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지 오래다. 가끔은 오히려 재고가 없는 날이 마음이 편한 날도 있다. 매장에 재고가 없는 게 마음이 편하다니...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하지만 이게 현실이고 팩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안타까운 건 천 원짜리 하나 손에 꼭 쥐고 와서 사고 싶은데 못 사고 가는 어린 친구들이다. 일부 변질된 사람들의 행동이, 정말 포켓몬 카드로 즐거움과 행복을 느껴야 할 아이들을 매일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이 와중에도 카톡 문의가 온다.

'포켓몬 카드 언제 들어와요?'

속 시끄럽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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