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찾을 시간이 필요해요.
새해가 딱 열흘 지나고 나서 대표님께 면담 신청을 했습니다.
"저, 좀 쉬고 싶어서요. 퇴사 하겠습니다."
그러니까 입사하고 딱 9년 3개월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날이었어요.
곧 있으면 10년인데, 10년을 다 채워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9년이 뭔가 애매해서 ㅎㅎ)
9년 3개월이면 10년'차'이니까 된거라며 스스로를 좀 위안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사실 퇴사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갑자기 새해라서, 뭔가를 결심하듯 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한 2년 정도 된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모든게 다 하루 아침에 바뀌어 버린 다음에 말이죠.
저의 주 업무는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입니다.
입사 후 메르스 사태를 경험한 이후라 코로나도 한, 두달이면 그냥 잠잠해 질 줄 알았죠.
그런데 생각보다 상황이 장기화 되고 그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심각해지면서 모든 것이 다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이런 환경에 변화가 갑작스러워서 약간의 방황기(?)를 겪고 있나보다 생각했어요.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이제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모든 것들이 익숙해 지고 나니,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고, 간절해졌습니다.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모니터 속에서만 일어나는 그 세상에서 더는 견딜수가 없었습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있고, 혼자가 아니라는 그 유대감이 너무도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퇴사를 질러버렸습니다.
누군가는 이 나이에 이직 계획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어리석다 말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제가 숨 좀 돌리는 게 먼저라서요.
그러니까 저, 퇴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