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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황 May 30. 2023

삶에 코칭이 필요한 이유

2020년 4월부터 코치로서 활동을 하면서 지속적인 코칭 역량 강화를 위해 동료들과 주기적으로 서로 코칭을 하고, 멘토 코치에게도 꾸준히 코칭을 받고 있다. 코칭을 하는 게 내 직업이지만 그동안 코칭을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옆에서 지지해 주는 파트너십의 관계이고, 특히 원하는 목표가 있을 때 코칭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해 왔다. 그래서 3개월, 6개월 등의 고객과 합의한 기간을 갖고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노력했다. 


코칭이 정해진 기간뿐 아니라
‘우리 삶에 지속적으로 필요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최근에서야 들었다. 


며칠 전 동료 코치에게 코칭을 받았고, 코칭 주제는 “내가 엄마에게 뭘 더 할 수 있을까?”였다. 엄마는 루게릭병 사촌이라는 ‘진행성 연수마비’ 진단을 작년 4월 받으셨다. 좋아지시길 바라지만 엄마는 점점 약해지셨고, 올해 초부터 부모님과 같이 살게 됐다. 혼자 사는 것에 익숙한 내게 부모님과 같이 사는 건 큰 결정이었는데, 다행히 서로 역할 분담을 잘해오며 지내고 있었다. 그러다 요 며칠 엄마 상태가 눈에 띄게 나빠지는 게 보였다. 기력이 다 빠진 상태로 하루 종일 주무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문득 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같은 공간에만 있지, 진짜 같이 사는 건 아니구나.” 


일주일에 3-4일을 새벽출근을 하는 내가 엄마와 뭘 하는 건 저녁 8시 위루관을 통해 영양액을 공급하는 일이다. 퇴근하자마자 아빠 저녁을 챙겨드리고, 엄마 저녁을 챙기고, 하루 종일 나를 기다린 강아지 사랑이와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밤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는 아빠를 챙기고, 아빠는 엄마를 챙기고. 하루 4번의 영양액 공급을 아버지 3번, 마지막 4번째는 내가 하니, 일도 하고 아빠 식사도 계속 챙기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고. 그런데, 부모님과 같이 살기로 한 결정은 얼마가 남았을지 모르는 엄마와의 시간에 대해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이대로 단순히 같이 한 공간에 있는 채로만 지내다 보면 나는 분명히 이 시간을 후회할 것 같았다. 


동료 코치는 코칭을 통해 뭘 얻고 싶은 지 물었다. 


“엄마에 대한 내 마음가짐을 바꾸고 싶고, 바꾼 마음의 상태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알고 싶다.” 


코칭 대화를 하다, 저녁에 엄마에게 영양액을 공급하는 동안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루관과 영양액 관만 연결하고 나면, 일단 할 일이 끝났다는 태도로 안방에 엄마를 두고 부리나케 거실로 나왔던 그 시간이 갑자기 보였다. 

‘아, 그 시간에 엄마랑 얘기를 해야겠다. 길어야 30분인데 그걸 못 했구나.’ 


진행성 연수마비 증세 중 하나로 엄마의 발음은 뭉개질 대로 뭉개져,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한다. 패드에 글을 써서 하는 소통을 왜 못 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코칭 대화 중 ‘우리 엄마가 짐이다 (she is a burden).’이라는 얘기를 몇 번 했다. 동료 코치는 왜 짐이라고 생각하냐고 묻는 대신 그 마음가짐을 어떻게 바꾸고 싶냐고 질문했다. 모르겠다, 바꾸고 싶지 않다, 모든 사람이 알고 있지만 말하지 않는 방안의 코끼리 (elephant in the room)라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진짜 방안의 코끼리는 엄마가 언제 돌아가실지 모른다는 불안감, 죽음이 항상 곁에 있다는, 모두가 느끼고 있지만 아무도 꺼내지 못하는 그 마음의 짐이라는 걸. 내가 언제 그 얘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내 마음의 짐이 뭔지는 명확해진 그 순간, 마음속 무거운 돌덩이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었다. 


집에 와 엄마 저녁으로 영양액을 공급하며 넉 달째 월세가 밀린 세입자 얘기를 꺼낸다. 그동안 말도 잘 걸지 않던 딸이 갑자기 다정해지면 이상해질 것 같아, 늘 그렇듯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얘기를 했다. 

“엄마, 세입자 연락 왔는지 봐 달라고?”

엄마 핸드폰을 다 뒤져봐도 세입자와 통화목록이 없다. 

“그럼 전화해 볼게.” 

한참 신호음이 가다 누군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그동안 계속 연락이 안 됐기에 이번에도 안 되겠지 했는데, 웬걸. 전화를 받은 건 세입자의 아들이었다.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몇 달 전 쓰러지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신다고, 얼마 전부터 아버지 전화를 자신에게 연결해 놓았다고. 월세는 석 달 치 입금했고, 나머지는 다음 달에 입금하겠다고. 몇 달째 고민했던 일이 갑자기 해결됐고, 엄마도 아빠도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결국 그날 40여분 동안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엄마는 대답을 노트패드에 쓰는 걸로 했지만, 이런 불편한 대화마저도 엄마에게는 많이 반가웠나 보다. 

‘하나님한테 살려달라고 매달리래.’ 


돌아오는 일요일에 교회를 같이 가기로 하고, 성경말씀을 어머니께 읽어주며 그날의 대화는 끝이 났다. 얼굴이 한결 편해 보이시는 엄마를 보며 이 쉬운 걸 왜 진작 못했을까 싶었다. 그날 이후, 엄마를 보는 내 마음도 가벼워졌고, 엄마도 편해 보이셨다. 


돌아보면 엄마가 아프기 시작한 2021년 말부터 마음이 지옥을 몇 달에 한 번씩 갔다 왔다. 짧게는 일주일을, 길게는 몇 달의 지옥 생활에서 나올 수 있었던 건, 계속해서 코칭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 거동이 불편해지신 엄마를 혼자 돌보기 무서우신 아버지를 위해 부모님을 모시고 살기로 한 결정도, 막상 결정을 했지만 강아지와 나 둘이 있던 공간, 내가 원하는 대로 정성껏 꾸며 놓은 공간의 반 이상을 부모님께 내어 줘야 한다는 걸 무의식적으로 거부했던 것도 코칭의 도움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의 나는 삶에 코칭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생이 우리에게 계속해서 도전거리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코칭을 받지 못했다면, 고민의 시간도, 결정에 걸리는 시간도 길어졌을 거고, 삶의 무게도 훨씬 무거웠을 것이다. 


코칭은 꼭 거창한 꿈이 있을 때만 받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받으면 더 좋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삶에 코칭이 필요한 이유는
인생이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도전을 주기 때문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추가로 코칭에 관심이 있는 분들을 위해 코칭에 대한 몇 가지 정보를 공유합니다. 우선, 코칭 세계에는 여러 가지 코치 인증 절차가 있습니다. 


1. 한국의 주인증 기관으로는 한국코치협회가 있고, KAC (Korea Associate Coach), KPC (Korea Professional Coach), KSC (Korea Supervision Coach) 순으로 코칭 시간과 코칭 역량에 따라 인증을 합니다. 인증받은 코치 리스트는 아래 링크에서 검색 가능합니다. 

(사)한국코치협회 (kcoach.or.kr)


2. 국제적인 인증기관은 국제코치연맹 (International Coaching Federation)이고, 역시 코칭 시간과 역량에 따라 ACC (Associate Certified Coach), PCC (Professional Certified Coach)와 MCC (Master Certified Coach)가 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원하는 코치를 찾을 수 있습니다.  

The Gold Standard in Coaching | ICF - Credentialed Coach Finder (coachingfederation.org)


3. 셀프 코칭

1) 코칭에서 많이 사용되는 GROW 모델을 소개합니다 (source: openai.com). 

GROW 모델은 코칭에서 널리 사용되는 구조화된 접근 방식으로, 목표 설정과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입니다. 이 모델은 Sir John Whitmore, Graham Alexander, 그리고 Alan Fine에 의해 개발되었습니다. GROW란 Goal, Reality, Options, Will (또는 Way Forward)의 약자입니다.

각 단계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Goal (목표):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며 달성 가능하며 관련성이 있으며 시간제한이 있는 (SMART) 목표를 설정합니다. 목표가 의미 있고  가치와 포부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시 질문: 당신이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Reality (현실): 현재 상황을 탐색하고 평가합니다. 자신의 강점, 한계, 자원, 그리고 목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요소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갖도록 합니다. 현재 상황에 대한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포함됩니다.

    예시 질문: 당신의 현재 상황은 무엇이며, 어떤 요소가 그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Options (옵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양한 옵션과 전략을 생성하고 탐구합니다. 창의적인 해결책을 고안하고 대안적인 접근 방식을 식별하며 다른 관점을 고려하도록 노력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촉진하고 판단을 보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시 질문: 목표에 진전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몇 가지 가능한 옵션이나 행동은 무엇인가요?  

Will (또는 Way Forward, 의지 또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취할 구체적인 행동을 결정합니다. 이 계획은 명확한 단계, 타임라인 및 책임을 포함해야 합니다. 잠재적인 장애물이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개발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헌신, 동기 부여, 구현을 위한 로드맵 개발이 강조됩니다.

    예시 질문: 구체적인 행동은 무엇이며, 언제까지 수행할 것인가요? 어떻게 동기를 유지하고 잠재적인 도전에 대응할 것인가요?


2) 기타 셀프 코칭 질문 예시 (source: openai.com)

내 인생에서 어떤 목표를 달성하거나 변화를 이루고 싶나요?

나의 장점은 무엇이며, 이를 활용하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요?

어떤 제한적인 믿음이나 자신에 대한 의심이 나를 막고 있나요? 어떻게 도전하고 이겨낼 수 있을까요?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목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액션은 무엇인가요?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이나 지원은 무엇이며, 어떻게 접근할 수 있을까요?

지난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며, 그 교훈을 향후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마주칠 수 있는 장애물이나 도전은 무엇일까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내 시간과 에너지를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 위해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을까요?

동기부여를 유지하고 목표에 헌신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내가 원하는 결과를 달성했을 때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것은 어떻게 보일까요? 어떤 느낌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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