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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엘 Dec 23. 2023

꿈같았던 8년간의 이별

8년 동안 머물렀던 연희동 스튜디오 하루가 공식적으로 영업을 종료했다.


2016년 1월에서 2023년 12월까지, 이 공간은 단순한 사업장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추억과 불안하기만 했던 그동안의 나를 지탱해 준 그야말로 세상의 끝과 같은 장소였다.


처음 공사를 시작했던 것도 겨울이었다. 감사하게도 공사 도중에 촬영이 생기게 되어서 페인트도 바닥 마감도 하지 않은 채 첫 촬영을 하기도 했었다. 덕분에 촬영 후에는 희끗희끗한 공사장 먼지들이 온몸에 달라붙어 있었지만 행복했다.


연희동에서 처음 맞는 봄날은 참 따뜻했다. 신학기와 함께 스튜디오 주변에는 벚꽃이 피었고, 달큰한 공기가 세상을 가득 채웠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어딘가 꿈을 이룬 것 같은 기분에 불안 보다는 설레는 감정이 더 컸다.


여전히 이별을 말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그것이 생명력이 없는 존재일지라도 그곳에서 보내온 자신의 역사가 결코 짧지 않기 때문일 것이리라.


나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의 미래를 향해 여러 도전의 기로에 서있다. 가장 처음 시작하던 그 순간에도 그랬고, 여전히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


인생이란 말을 쉽게 쓰고 싶지는 않지만, 그 거대한 틀의 전환점이라면 지금 이 순간일지도 모른다는 희미한 느낌이 든다.


꿈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다시 한번 나아가려고 한다.


반짝이던 미러볼 아래에서 함께 해주었던 모든 인연에 감사하는 마음뿐이다. 세상의 끝 연희동은 추억이 되었지만, 현실의 봄은 여전히 아직 눈앞에 놓여 있다. 봄이 오면 다시 한번 벚꽃이 필 것이고 신학기가 다가온다.


나는 여전히 이곳에 있으며 우리가 함께했던 순간들을 모두 소중히 하고 싶습니다앞으로도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진심으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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