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 이 모든 것들이 과연 그리워질지 궁금했다. 영원히 가지 않을 것도 아니고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사실 아직은 특별히 느끼는 점은 없다.
하지만 즐겨 듣던 음악이 우연히 들려왔을 때는 여전히 모든 기억이 그 순간으로 덜컹하고 돌아갔다.
몸은 조금 먼 곳으로 떨어졌지만, 음악 속의 추억들이 그곳에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추웠던 겨울의 횡단보도 앞, 떨리던 목소리, 작지만 따뜻하고 포근했던 나의 첫 자취방, 그렇게까지 해야 싶었나 할 정도로 먹고 마시며 취했던 날들, 거의 매년 했었던 크리스마스 무렵의 행복했던 파티, 차가워져 가는 바람에 쓸쓸했던 기억과 새벽의 눈물, 모든 고독과 슬픔, 손끝에 닿지 못한 사랑이 그곳에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곳에 오면 늘 무언가 중요한 것을 두고 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백하자면 서울에선 텅 빈 것 같은 기분으로 나날을 보냈고, 누군가에게조차 쉽게 다가갈 수 없었다. 모든 마음이 서툴기만 했다.
운이 좋게도 매일 조금씩 새로운 경험을 한다. 새로운 음악을 듣는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아마 오늘도 언젠가의 음악과 함께 그리운 풍경이 될 것만 같다.